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온몸을 그 자신의 안으로 오그라들게 하며

숨길이 막혀 손으로 가슴을 쥐어짜게 하다가

자지러지듯 일시에 몸을 터트리며

눈물은 밖으로 튀어나온다.

오랫동안 닫혔던 방문을 갑자기 열어제친 듯

찢겨지고 토막나며 부서진 소리로

어둔 구석구석에서, 땀처럼 솟아난다.

세상은 비 내리는 숲처럼 뿌우여니 소란하더니

비로소 제 온 삶을 읽어내듯이

서늘하게 경련을 일으킨다.

-이하석 '울음'

피카소의 '우는 여인'을 보는 것 같다.

울음의 전 과정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그리고 있지만 인생론적 내용이나 울음의 동기를 배제시키고 있다.

카메라 렌즈의 입장에서 대상의 안팎을 묘사하고 있고 객관적 포커스를 견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앙띠로망(反小說)의 작업태도와 많이 닮아 있다.

권기호(시인, 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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