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서 살아보니...-대구 사투리

중국은 한족(漢族)을 비롯하여 56개의 여러 민족으로 구성된 나라이다.

중국이라는 커다란 공동체 속에서 56개의 민족들은 각자의 문화와 방언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단일 민족으로 구성된 한국에서도 방언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면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보면 방언은 민족의 차이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지역의 특색에 따라 형성된 문화임을 알 수 있다.

언제인가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어느 날, 서울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경상도 젊은이가 재미나게 수다 떨고 있었는데 그 주위에 앉아 있던 몇몇의 서울 사람들이 거칠고 시끄러운 말소리에 눈살을 찌푸리다가 그 중 한 명이 일어나, 죄송합니다만 공공장소이니 좀 조용히 이야기 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기분이 상한 경상도 젊은이 한 명이 니 머라 카노? 이 칸 마카 니 칸이가?(뭐요? 이 칸 모두 당신 거요?)라고 반문을 했는데 그러자 그 서울사람이 알아듣지 못하고 돌아서서 친구한테 봐! 일본 사람 맞잖아!라고 했다고 한다.

얼마나 황당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인가?

최근 중국에서의 한류(韓流) 열풍의 영향을 받아 한국을 찾는 중국 여행객들이 늘어나고, 서울 수도권으로 편중되었던 유학생들이 대구를 비롯한 지방으로도 몰리고 있는 추세이다.

그들은 한국에 오기 전에 약간의 기본적인 한국어를 배우고 오지만, 막상 대구에 와보면 특색 강한 대구 방언에 당혹스럽지 않을 수 가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니 어디 가노? 밥 뭇나? 니는 와 정구지 찌짐을 좋아하지 않노?같은 말들은 다른 지역의 한국인들에게도 생소한데 하물며 외국인들은 오죽 하겠는가?

한글은 소리글자이다.

나 같은 외국 사람은, 특히 대구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며 그 가운데 한국어를 배운 사람은 한국말을 하면서 애매함을 느낀 적이 적잖다.

강단에서 강의를 하던 도중 스물을 수물이라고 한다거나. 위에있다를 우에있다라고 하는 것과 같이 사투리를 발음되는 그대로 적는 바람에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한번은 서울에 갔었는데 길을 묻고 돌아서는 순간, 저 사람은 대구사람이다하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나는 정말로 충격적이었다.

분명한 중국인인 내가 이렇게 경상도 말을 잘 구사한단 말인가? 이유 모를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나는 새삼 좥내가 대구 사람이 다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경신(孔慶信.중국.영남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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