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행 대출담당자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털어놓는 고민이 있다.
돈을 굴릴 데가 없어 골머리를 앓는다는 하소연들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수십억원씩 회사채나 기업어음을 사뒀다 쏠쏠한 '재미'를 봤으나 SK글로벌 사태 이후에는 회사채 등에 손을 대기가 무서워졌다는 것. 분식(粉飾)회계를 한 회사를 우량기업으로 잘못 알고 투자했다 낭패를 볼까 걱정스럽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챙기는 것도 만만치 않은 형편이라고 푸념한다.
돈을 썼으면 하는 기업들은 담당자들이 일일이 찾아다니며 '대출세일'을 해도 돈을 빌려가지 않고 있다.
반면 대출 요건이 안되는 기업들은 대출을 받으려고 줄을 서지만 떼일 우려 때문에 돈을 빌려주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가 투자를 해 이익을 내야 할 기업들도 몸을 사린지 오래됐다.
간혹 돈을 빌려가는 기업들도 시설투자보단 미래에 닥쳐올 '위험'에 대비, 자금을 비축하는 용도로 대출을 받고 있다.
지역 금융회사의 기업대출을 보면 운전자금 대출이 94%에 달하는 반면 시설자금은 6% 정도로 쥐꼬리 수준에 불과하다.
기업체 한 관계자는 "은행 이자를 제하고 이익을 낼 만한 업종이 없다"며 "경제상황마저 불확실해 투자하기가 꺼려진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자금이 제조업 대신 음식.숙박업 등 서비스업에 몰리는 '왜곡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지역 금융회사의 서비스업에 대한 대출잔액은 7조2천여억원으로 97년 2조1천여억원보다 3배 이상 늘었다.
특히 음식 및 숙박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5%에서 13.5%로 폭증했다.
공장 문을 닫고 여관이나 술집.목욕탕을 차리는 기업체 사장들이 속출하는 실정피가 잘 통하지 않으면 사람은 건강을 해치거나 목숨을 잃고 만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기업에 돈이 흘러가고, 기업들은 적재적소에 투자해 이익을 내 구성원들과 함께 열매를 나누고, 건전한 소비 또는 저축을 거쳐 은행에 다시 돈이 모이는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막힌 '돈줄'을 뚫고, 기업들이 적극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등 한국경제의 '엔진'을 다시 돌리는 데 힘을 쏟아야 할 때다.
경제부.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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