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르크시즘은 과연 끝났는가

'역사는 가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하나의 가정을 만들어보자. 그 가정은 역사상 가장 논란이 많은 인물 중 하나인 칼 마르크스가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자신의 이론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까하는 것이다.

스스로 '나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를 추종하는 무리들은 지난 세기 동안 환희와 절망을 동시에 맛보았다.

1917년 러시아 혁명에 이어 중국, 쿠바, 베트남에서의 사회주의 혁명과 중남미.아프리카, 그리고 자본주의 국가내에서의 친사회주의적 경향들을 보면서 박수를 쳤을 것이고, 반면 러시아와 베를린 장벽의 붕괴 앞에 이르러서는 한계를 느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러한 피상적이고 얄팍한 결론에 대해 '과연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마르크스의 복수'(메그나드 데사이 지음, 아침이슬 펴냄)를 읽을 만한 기초는 마련된 셈이다.

10대때 마르크스를 읽고, 1968년 학생혁명때는 마르크스 경제학을 가르쳤고, 영국 노동당의 상원의원이기도 한 지은이는 생애 대부분을 좌파 진영에서 보냈다.

과거 우리의 시각으로 보자면 철저한 골수 좌익인 셈이다.

그럼에도 지은이가 다소 도발적이라고까지도 생각할 수 있는 제목의 이 책을 들고 나온 것은 마르크스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서이다.

그는 러시아 혁명으로 시작된 사회주의 실험의 파탄은 오히려 마르크스를 기쁘게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본주의가 지구상에서 유일한 게임이 돼버리고 국가사회주의가 사멸한 현재를 마르크스는 이미 예견했고, 마르크스의 텍스트를 제대로 공부한 마르크스 주의자들 역시 예상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현실은 마르크스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수많은 실책과 범죄들, 교조주의에 대한 '마르크스의 복수'에 다름아니라는 얘기다.

이 책은 엄밀한 의미에서 마르크스가 아니라 마르크스 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다.

지은이는 마르크스를 자본주의의 종말과 사회주의의 도래를 예언한 자가 아니라 정치경제학을 통해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분석한 사회천문학자로 인식하고 있다.

생애의 절반이상을 '자본론' 저작에 몸바친 만큼 '자본론'에 대한 이해없이는 마르크스에 대한 이해가 불가능하다고 단정한다.

이에 따라 통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케인즈와 슘페터, 하이에크를 거론하고 비판하면서 마르크스의 명예회복을 시도하고 있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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