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고향과 가족에 대한 자전적 단편

중견작가 송기원(55)씨가 소설집 '사람의 향기'(창작과 비평사刊)를 펴냈다.

'인도로 간 예수' 이후 8년만에 낸 네번째 창작집이다.

소설집은 고향을 무대로 가족사와 고향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자전적 단편 9편이 연작 형식으로 엮여 있다.

등장인물은 한결같이 가난, 병고, 장애, 가정 결손 등 결핍상태에 놓여 있는 상처받은 사람들이다.

연작소설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양순이 누님'은 사생아로 태어나 자신의 출생에 부정적 인식을 하고 살아온 작중 화자가 아버지가 다른 동복 누님을 만나 마음의 상처를 씻고 화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울보 유생이'는 유복자로 태어난 외사촌 형의 가난하고 쓰라린 삶에 대한 작중화자의 동류의식을, '사촌 아부지'는 어머니에게 폭력을 가하던 의붓아버지에 대한 두려움이 나이가 들면서 이해심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외가가 있던 '가메뚝' 마을은 작가의 정신적 고향과 같은 곳이다.

유년시절 여기서 만난 사람들은 작가의 가족과 더불어 이번 소설집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이다.

'끝순이 누님'은 무당의 딸이자 시력장애인이었던 여자를 회상한 글이다.

동네사람에게 겁탈당한 뒤 사생아를 낳아 서울에서 구걸행각을 하다가 말년에 귀향한 끝순이 누님과의 재회를 전라도의 해학적 사투리를 곁들여 묘사했다.

'정애 이야기'는 '문둥이 딸'이라는 한을 안고 살아온 초등학교 동창생과 30여년만에 서울에서 해후한 '바람둥이 작가'의 사연을 들려준다.

'폰개 성'은 이번 소설집이 사생아로 태어난 작가의 '뿌리찾기'에 있음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후기에 "사생아라는 조건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의식이 되어 나에게 반도덕.반윤리를 강요했고, 성장해서는 퇴폐주의며 탐미주의를 강요했으며, 마흔을 넘자 허위의식으로 발전해 있었다"면서 "이번 작품집에 묶인 일련의 단편들은 가까스로 자의식에서 자유로워진 내가 비로소 사물의 본래 빛깔을 되찾으려는 조심스러운 시도인지도 모른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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