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우 사육 제2의 인생

퇴직공무원이 깊은 산중에서 한우를 사육해 성공,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고령군청에서 기능직(운전기사)으로 24년간 재임하다 지난 2000년 정부의 구조조정으로 명예퇴임한 이봉춘(55)씨가 주인공.

이씨는 재임 중 마련해 두었던 군내에서 가장 오지인 운수면 대평리 산 210 야산 산기슭(속칭 망건정) 6천600여㎡(2천여평)에 퇴직금 1억여원과 융자금 3천만여원으로 터를 닦고 우사와 창고 및 개 사육사 등 3동의 건물을 지어 한우와 개 사육을 시작했다.

지난 2001년 4월 당시 송아지값이 마리당 250만원을 호가해 한우가격이 내릴 경우 송아지값도 건질 수 없다는 주위의 만류에 아랑곳없이 과감히 16마리(비육우 1마리, 번식우 15마리)의 송아지를 입식, 좋아하던 친구와 술을 멀리한 채 사육에 열중했다.

암소가 새끼를 낳을 예정일에는 꼬박 밤을 새우며 정성을 기울여 분만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초산일 경우 분만이 어려워 아예 5만원 정도의 왕진비를 지불하고 수의사를 불렀으며 2산 이후는 혼자서 직접 분만을 도왔다.

황금과도 같은 한우식구가 점점 늘어 추가 입식없이 자체 번식으로 지금은 12마리의 송아지가 태어나 모두 28마리나 되었으며 한우 가격도 계속 올라 재산이 놀랄만큼 늘어났다.

또 부업으로 개도 40마리를 사육해 올해 복날이면 한몫을 기대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돈벌이보다 '할 일' 만들기에 더 중점을 두었으나 기대 이상으로 돈벌이까지 하게 됐다"며 이씨는 기쁜 표정을 지었다.

"퇴직 후 할 일을 만드는 것이 삶의 중요한 의미를 부여한다"는 이씨는 무엇보다 하루 종일 일에 지쳐 잡념을 가질 여유가 없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고 말한다.

"쉽게 마음부터 조로(早老)해버리는 것이 건강의 적이다"는 이씨는 여건에 맞는 일을 찾는 것이 퇴직자들의 건강을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라고 말한다.

농장에서 8㎞떨어진 가까운 곳(고령읍 쾌빈리)에 부인이 미장원을 운영하면서도 일에 매달리다 보니 주말부부처럼 살고 있다며 웃음짓는 모습이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아 보인다.

고령.김인탁기자 ki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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