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해설> '범개혁' 그룹 진로 주도 전망

민주당의 신구주류 갈등이 빅뱅으로 치닫을 공산이 커지고 있다. 고영구 국정원장 후보자 청문회를 둘러싼 국회 정보위 파동에 이어 4.24 재보선 패배에 따른 책임론을 싸고 벌써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정보위원들의 보수 성향을 문제삼아 교체를 언급한 이상수 사무총장이 25일 재보선 패배를 책임지고 사의를 표시했다. 개표 직후 "개혁을 완수, 당을 획기적으로 변모시켜 나가겠다"고 언급한지 몇시간 만이다.

신주류의 핵심인 이 총장의 사의 표명에 이어 신주류는 25일 오전부터 잇따라 그룹별 모임을 갖는다. 열린개혁포럼, 바른정치모임, 재야출신 의원 모임, 23인 서명파 모임이 예정돼 있다. 아직 느슨한 연대 수준이나 멤버가 70~80명에 이르러 이들의 행보가 당의 진로를 주도할 전망이다.

이들 범개혁 그룹은 일단 '개혁 연대'로 유일하게 승리한 유시민 카드를 내밀어 당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1차적으로 당 개혁안 원안 통과와 임시지도부 구성이 목표다. 재보선 때문에 미뤄놨으나 이제 이것 저것 살필 계제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구성원의 면면을 보면 어쩌면 당연하다.

'민주당 간판으론 시·도의원도 못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신구주류가 사사건건 부딪히니 국민이 곱게 보겠느냐는 것이다. 청와대에서조차 신당 불가피론이 제기되고 있다.

신구주류의 입장차는 국회 정보위 파동만 봐도 확연하다. 신주류측은 고영구 국정원장 후보자를 "국정원 개혁의 적임자"로 보는 반면 일부 구주류 의원들은 "정보위에 책임을 전가해선 안된다"며 정보위의 '부적절' 의견에 암묵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김근태, 정동영, 신기남 의원 등 신주류 의원 28명과 개혁당 김원웅 대표는 24일 "냉전적 시각으로 고 후보에 대해 사상검증을 시도한 일부 의원들의 행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는 요지의 성명을 냈다.

정대철 대표와 이상수 총장은 당직자회의에서 사퇴까지 거론하며 정보위원들에게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김덕규 정보위원장은 이에 대해 "청문회 준비과정에서 당에서 한번도 의견을 얘기한 적이 없다"며 "이제와서 정보위원들을 보수로 몰아붙이는 태도는 온당치 않다"고 불쾌해 했다. 정보위 간사인 함승희 의원도 이 총장을 겨냥해 "툭하면 당을 거론하는데 자기가 당이냐"고 반발했다.

재보선 참패에 대해서도 신주류는 개혁작업이 더딘 탓이라고 보는 반면 구주류는 호남민심이 등돌린 탓으로 보는 등 입장차가 너무도 뚜렸하다.

정대철 대표는 25일 당직자 회의에서 일단 봉합에 나섰다. 정 대표는 "재보선 결과를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나 국민 전반적인 의견으로 봐서는 곤란하다"며 정치적 해석의 자제를 주문했다.

정보위 파문, 재보선 패배 이후 민주당호가 급랑을 타며 종착지가 어디일지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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