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참사유족 갈등 증폭

지하철 참사가 발생 70여일이 지났지만 사태가 수습되기보다 대구시와 유가족간의 대립 구도가 격화되면서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26일 낮 12시쯤 유가족 40여명은 김기옥 대구시 행정부시장을 8시간 동안 대구시민회관 소강당 1층 대책위 사무실에 억류했다. 유가족들은 시민회관 주차장에 합동분향소를 자체적으로 설치하던중 김 부시장 등 공무원 200명이 철거에 나서자 몸싸움을 벌이다가 경찰 지프차에 타고 있던 김 부시장을 대책위 사무실로 끌고 갔다.

8시간만에 경찰의 중재로 풀려난 김 부시장은 탈진증세를 보이며 경북대 병원에 입원해 28일 오전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김 부시장과 함께 있었던 시의 한 공무원은 "일부 유가족들이 몸이 아파 누워있는 김 부시장을 슬리퍼와 손으로 때렸다"고 전했다.

희생자 대책위 관계자는 "시민회관 대강당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해주기로 해놓고 대구시가 이를 계속 거부하자 일부 유가족들이 김 부시장을 대책위 사무실로 데려와 출입구 문을 막는 바람에 김 부시장이 8시간 정도 밖에 못나간 것일뿐 감금.폭행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유가족들은 지난 23일 밤에도 시민회관 대강당 합동분향소 설치 문제를 놓고 시와 대립 양상을 보이면서 대구시 수습대책본부 사무실을 점거하고 시 공무원 30여명을 억류한 채 24일밤까지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지하철참사 사태수습의 핵심 사항 중 하나인 장례 및 보상협의도 '수창묘역을 조성할 때까지 시신을 냉동고에 보관하라'는 유가족들의 요구와 '장례를 치른 뒤 시신을 냉동고에 보관하는 것은 우리 사회 통념상 있을 수 없다'는 시의 입장이 달라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시민의 발인 지하철1호선의 재개통도 희생자 가족들의 반발로 정밀 안전진단이 착수되지 못해 지연되고 있다.

지난 26일 오전 대구지하철공사 관계자와 한국시설안전기술공단.한국콘크리트학회 관계자 등 50여명이 중앙로역 지하3층 철근콘크리트 시료 채취를 위해 진입을 시도했으나 지하 1층에 머물고 있는 희생자가족 등 수십여명에 의해 저지됐다.

당초 대구지하철공사는 U대회 이전인 8월 1일부터 중앙로역 무정차 방식으로 1호선 전 구간을 재개통할 계획이었으나 안전진단 지연으로 일정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대해 희생자대책위 측은 "희생자 가족들이 중앙로역 지하2층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장례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안전진단 작업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합리적인 협의보다는 집단적이고도 물리적인 행동에 의해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려는 유족들의 행동과 오락가락하는 대구시의 태도 때문에 지하철 참사는 발생 70여일이 지났으나 안개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다.

대구가 고향이며 현재 서울에 살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 대구시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가끔씩 듣는 대구 소식에 걱정이 앞선다. 지금은 우리나라 도시들이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데 타지 사람들은 대구를 형편없는 3류도시로 생각하고 있다"며 "대구시민 모두가 힘을 합쳐서 안타까운 일(대구지하철참사)들을 빨리 마무리하고 미래를 위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최두성기자

문현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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