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하 저항시인으로 32세로 요절한 경북 영양출신의 이병각 시인의 육필시집이 최근 알려지면서 지역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경북대는 지난해 8월부터 '근대의 도전과 지역의 대응'이란 과제사업을 펴면서 지역문학연구팀(팀장 김재석 국문과교수)은 최근 이병각 시인의 둘째 딸 이정숙(71.서울거주)씨가 보관하던 모필(毛筆)로 된 육필 유교 시집을 확보했다.
문학연구팀의 한경희(38) 연구원이 확보한 '이병각 시집 권지1(李秉珏 詩集券之一)'이란 제목의 유교시집은 일제치하 말기의 종이난을 반영하듯 빛 바랜 2종의 한지(겉면포함 총54면)를 뒤섞어 만들어졌다.
시집 첫쪽에는 '가장 괴로운 시대에 나를 나허주신 어머님게 드리노라'라는 헌시(獻詩)표시가 나타나 있다.
또 가는 붓글씨로 반듯하게 쓰여지던 시들도 점차 뒷부분으로 갈수록 바르지 못하고 삐뚤어져 결핵의 고통 속에 마지막 투혼을 발휘, 자신의 유일한 시집을 엮은 것으로 추정됐다.
23편 가운데 시동인지 시학에 발표된 '소녀''련모''땡삐''동일(冬日)''사당' 등 5편을 비롯, 문장.여성.문예가.비판.조광 등 문예잡지에 발표한 9편 외에 생전 미발표작 5편(막차.유다의 밤.대낮.병상소음.낮 전(前).장미.구도Ⅱ.자벌래.회야곡)도 포함됐다.
청년운동으로 투옥됐다 풀려난 뒤 이병각 시인은 1933년 조선일보에 '시대의 총아'를 발표하면서 본격 작품활동에 나서 생전에 시41편과 평론20편, 수필17편, 꽁트 3편을 남겼으나 자신의 독립된 시집은 만들지 못했다.
후두결핵으로 투병생활을 하며 유고 육필 시집을 집필한 이병각 시인은 평소 절친하게 지냈던 이육사.신석초.오장환 시인들의 병 간호를 받기도 했으나 32세로 생을 마쳤으며 1946년 조선문학가동맹 전국문학자대회에서 추도대상 시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유고시집을 확보한 한경희 연구원은 "앞으로 이병각 시인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져야 할 시점"이라 지적했고 유고시집을 점검한 경북대 김주현 국문과 교수는 "이번 유고시집은 문학사는 물론 문헌적으로 귀중한 자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의 원로시인인 윤장근(00) 죽순회장은 "이병각 시인은 올곧은 사람으로 민족적이고 저항적인 시를 많이 남겼으며 요절한 데다 주류에서 벗어나 상대적으로 조명이 소홀됐으나 이제 재평가돼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추모시비 건립을 추진중인 영양 두들마을의 이병균(75) 씨는 "소설가 이문열의 아버지로 월북한 이원철씨와 이병각 시인은 나이가 비슷하고 같은 집안(재령 이씨)인 이병철시인 등과 함께 일제때 저항활동을 했고 이병각 추모시비 건립을 추진중이나 어려운 상황"이라 말했다.
한편 이병각 시인의 육필시집의 존재와 수록 시에 대한 자료는 지난 1977년 김종직 전 서울대교수가 문예지 심상에 처음 발표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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