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가 산업경쟁력을 좌우한다".
대구 색채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2001년부터 21세기 대표적 지식기반산업에 색채산업을 포함시키고 대대적 지원에 돌입한 것과 달리 세계적 섬유·패션 도시를 꿈꾸는 대구의 경우 색채산업 육성에 소홀해 온 것이 사실.
그러나 최근 대구에도 지방에선 처음으로 색채 전문인력 육성기관이 들어섰고, 밀라노프로젝트에 색채 분야를 연계하려는 움직임이 시도되는 등 지역 색채산업 활성화 바람이 서서히 일고 있다.
◇왜 색채산업인가
21세기 산업경쟁력의 핵심요소는 디자인으로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도 소비자의 감성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제품이 팔리지 않는다.
한국색채연구소에 따르면 인간의 오감 중 시각부분의 영향은 83~87% 수준이고 시각에서 색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이르고 있다.
또 지금까지 알려진 색깔만 무려 800만여 가지로 빨간색 하나만도 100만 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색깔이 있고, 적시적소에 알맞는 색깔을 사용하지 못하면 소비자의 감성을 충족시킬 수 없다.
이에 따라 미국, 유럽 지역엔 산업 전 부문에 걸쳐 스타일리스트와 별개로 색채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컬러리스트가 일반화돼 제품의 고부가가치와 수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일본은 이미 1927년에 정부가 주도해 색채연구소를 만들었고, 미국과 유럽은 그보다 훨씬 이전에 연구소를 발족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불과 10년전에서야 군소 사설 연구소가 들어서 국내 색채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1세기나 뒤져있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색채관련 제품을 수입하는 데에만 연간 120억원을 쓰고 있는 실정.
색채의 중요성을 실감한 정부는 2001년부터 이화여대 색채디자인연구소 등에 총 122억원을 투입해 새로운 색채 개발·보급, 기업체에 대한 색채기술 지원, 색채관련 교육과 실용교재 개발 등의 사업을 펼치는 한편 컬러리스트 분야를 새 국가 자격증에 포함시켜 지난해 12월 첫 시험을 치르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초등학교에서부터 80여가지의 색깔을 가르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의 경우 20여가지 색깔에 국한돼 어릴때부터 미적 감성을 키울 수 있는 교육·훈련체계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색채산업의 첨병 컬러리스트
지난달 24일은 국내 색채산업의 새 역사가 쓰여진 날이다.
지난해 12월 필기, 올해 2월 실기 시험을 거쳐 색채산업 육성의 주역인 컬러리스트 최종합격자가 발표된 것.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첫 시험에선 기사 482명, 산업기사 123명 등 모두 605명이 컬러리스트 자격증을 획득했고 대구의 경우 기사 29명, 산업기사 11명을 배출했다.
국내에서 컬러리스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색채 전문가들은 대략 50명 수준으로 선진국들에 비해 그 숫자가 턱없이 부족했지만 올해부터 연간 4차례식 3천명 이상의 컬러리스트들이 양성될 것으로 보인다.
컬러리스트의 업무는 크게 두 가지.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해 새로운 색을 만들어내 상품가치를 극대화하는 것과 색의 기본틀을 정해 색채 작업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일이다
컬러리스트는 전 산업에 걸쳐 색과 관련한 모든 분야에서 제품의 질과 격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색채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전문인력은 약 50만명으로 추산된다"며 "자격 인증 제도 도입으로 향후 컬러리스트들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구 색채산업을 키우자
밀라노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대구는 그 어느 도시보다 색채산업 육성이 중요한 곳이지만 국내 색채산업은 수도권 중심으로 발달, 이 지역 10여군데의 색채관련 단체 및 연구기관만이 컬러리스트 전문 교육 과정 개설, 컬러컨설팅 등의 실질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지방에선 처음으로 영남대 조형연구소가 컬러리스트 양성에 들어가면서 대구에서도 색채산업의 싹이 트기 시작했다.
연구소는 12주 과정으로 색채지각론, 색채체계론, 색채관리, 색채심리, 색채디자인 등을 교육, 올해 대구지역 컬러리스트 합격자 40명중 20명 이상을 배출했다.
밀라노프로젝트의 핵심 추진기관중 하나인 염색기술연구소도 색채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연구소는 최근 산업기반기술개발사업의 하나로 디지털 염색시 표준 색채 샘플 제작과 컴퓨터상의 색깔과 실제 샘플 색깔의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성공했다.
류종우 염색기술연구소 이사는 "조형연구소와 공동으로 염색 기법엔 밝지만 정확한 색 구분과 세계 트렌드에 취약한 염색 실무자들과 색채에 대한 전문지식은 갖췄어도 직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컬러리스트들의 약점을 상호보완해야 한다"며 "섬유·패션 전문 컬러리스트를 집중 양성해 밀라노프로젝트의 파급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 색채전문가들은 대구의 경우 색채산업에 대한 정책적 관심과 육성 노력이 전무해 패션 색채 디자인을 정부 국책 사업과 연계시키는 방안들을 다각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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