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함께 만드는 학교-교단 갈등 해법 없나

교단 갈등이 사회 문제화하고 있다.

특히 보성초교 교장 자살사건 이후 연일 관련 단체들의 집회와 성명서, 언론보도들이 쏟아지면서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와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마치 교직사회 전체가 양극단으로 갈라져 갈등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면서 국민들은 국민들대로, 교사들은 교사들대로 교육에 대한 실망감만 쌓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어느 정도이고 해법은 없는지 짚어본다.

▲교총과 전교조 어떻게 나눠져 있나=한국교총은 간단히 말해 교육계 전반을 아우르는 조직이다.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부터 중·고교, 대학에 이르기까지 구성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

특히 교장, 교감, 장학사 등 관리직·전문직들의 대부분이 가입돼 있다.

이에 비해 전교조는 유치원과 초·중등교육에 몸담고 있는 평교사들이 주축이다.

대구의 경우 전교조 소속 교사는 5천4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전교조측은 1만6천여명의 평교사 가운데 1/3 정도가 가입했고, 1/3 정도는 교총, 나머지는 어느 곳에도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이런 단순한 역학구조 때문에 일견 교단은 분열된 것처럼 보인다.

교장, 교감 등 관리직과 전교조 평교사들간의 대립, 교사들 내부에서 교총과 전교조 간의 갈등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실제로 한 학교장은 "여럿이 어울려 밥 한 번 먹자고 하기가 겁난다"며 "교직 공동체라느니 유대감이라느니 하는 것은 사라지고 반대와 공격만 남은 꼴"이라고 했다.

▲얼마나 심각한가=이번 교장 자살사건은 교단의 분열 구조를 확연히 드러내준 계기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교장단과 전교조간의 첨예한 공격과 방어 논리가 별 여과없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마치 건널 수 없는 강을 사이에 둔 관계로까지 비쳐지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정작 관심을 갖고 있는 단위 학교로 들어가 보면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대구에도 교무실 분위기가 물과 기름이 섞인 것처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학교가 일부 있다고 한다.

"선배 대접 받는 건 고사하고 단체 행동에 참여하지 않는 점 때문에 따돌리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하는 원로 교사도 적잖다.

하지만 교사들 사이에서만은 나름대로 평온한 상태가 유지된다는 게 많은 교사들의 얘기다.

갈등의 본질적 구조는 관리자와 교사들 간에 있다는 것이다.

전교조든 교총이든 주요 활동 영역이 학교 민주화와 교원 처우 개선 등에 맞춰져 있으므로 교사들로서는 소속 단체가 다르다고 으르렁거릴 이유가 많지 않은 것. 그러나 학교를 관리하는 교장, 교감과 일부 부장 교사들과 평교사들 사이에는 학교 민주화를 두고 수시로 티격태격하는 게 현실이다.

이는 최근 떠오른 세대간 갈등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냉전 시대를 온몸으로 겪어온 50대 이상 관리직들과 민주화를 경험하며 성장한 30, 40대 교사들 사이에 세계관과 의식 차이는 불가피한 일이다.

전교조의 반전평화수업 건을 두고 양측이 보인 극명한 대립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대화는 단절돼 있고 마주앉을 자리도 없다.

한쪽에서는 전통과 기득권을 주장하고 한쪽에서는 변화와 민주화를 요구한다.

이 와중에 학생과 학부모들은 전에 없던 경험을 하고 있다.

반전이나 선거, 역사 등 전교조 교사들의 공동수업에서부터 교복, 체육복, 수학여행, 졸업앨범 등 이른바 교육소비재 직접 구매에 이르기까지 학교 안팎의 크고작은 변화들을 눈앞에서 겪고 있다.

나아가 이번처럼 교장과 교사가 편을 갈라 싸우는 모습도 보고 있다.

학부모들 가운데 많은 숫자가 여기에 불안해 하지만 변화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사람들도 적잖이 보인다.

▲어떻게 풀어가나=한 고교 교사는 "이제 교직사회에 숨어 있던 모순들이 드러나고 단절돼 있던 대화가 시작되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전교조가 활동을 시작한 80년대 후반 이후 20년 가까이 드러나지 않던 교단 내 조직 구도가 공개되고 구조적인 문제점, 서로의 한계 등이 전국민적인 토론대에 오르게 됐다는 것. 그는 "지금 당장은 불안하고 어려워 보이겠지만 교육주체 모두가 인내를 갖고 노력하면 안 풀릴 문제도 아니다"고 했다.

실제로 교무회의만 들여다봐도 교직사회의 경직성을 쉽사리 가늠해볼 수 있다.

전교조가 합법화하고 가입 조합원이 늘면서 최근 들어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교무회의는 회의가 아니라 교장, 교감의 일방적인 전달과 지시로 끝나고 마는 게 현실인 것. 한 30대 초등학교 교사는 "한달에 한번이라도 모든 교사들이 모여 학교 안의 문제라도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세대간 갈등구조 속에 있는 학교운영위원회도 더욱 성숙될 필요가 있다.

교장편이니 교사편이니, 젊은 축이니 나이든 축이니 갈라져 서로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다투는 현실을 극복하고 학교 발전을 위해 서로간의 이해와 신뢰를 넓혀가는 과정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 대구 북구 ㄱ초교 한 학부모위원은 "전교조 교사들은 주장의 방식을 좀 더 온건화하고 교장, 교감 선생님들은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며 "양쪽 모두 중간에 끼인 학생, 학부모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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