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는 병원균이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것 외는 알려진 것이 없다는 점에서 공포의 대상이다.
이 괴질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세계경제에 대해서는 9.11테러 때보다 더한 경제적 후유증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심각한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바로 우리가 생명 뿐만 아니라 생활에서도 위기를 맞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 대처가 현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우리의 대처가 한 때나마 우왕좌왕했다는 점에서 우려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격리병원 지정문제도 그렇고 위험지역 분류에서 복지부와 보건원이 다르고 사스 판정기준에서도 국민에 믿음을 주지 못했다.
다행히 늦게나마 환자 발생 전에 대책을 세운 것이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사스 대처를 잘한 싱가포르와 잘못한 중국과는 그 결과가 천양지차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 사스의 원조격인 중국은 사스 공개를 놓고 최고 지도자끼리 파워게임의 양상을 보이다 시기를 놓쳤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공황 상태이다.
북경은 거리에 사람의 통행이 줄어 빈도시의 인상을 주고 있나하면 곳곳에 도로 통제마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도서관이나 극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통제되고 있다.
그러니 관광객수는 급감했다.
한 예로 만리장성을 찾던 관광객은 하루 2만명 수준에서 2백명 수준으로 100분의 1로 줄었다는 것. 또 봄.가을에 한번씩 열리는 중국수출상품 교역회를 개최했으나 바이어의 30%는 불참하고 있다는 것.
여기에 비해 싱가포르는 다르다.
소위 무역지상주의인 이 나라는 인권말썽을 각오하고 격리수용 조치를 위반할 경우 두말 없이 전자수갑마저 채워버린다고 한다.
그러면 환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이덕분에 증권시장의 주가도 5%정도는 회복되었다는 것. 이와 비슷한 조치를 취한 베트남의 경우 세계보건기구로부터 감염위험지역 지정을 해제받았으며 또 여행자제 권고지역도 해제되었다.
대처를 잘한 결과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아직 사스 환자의 발생이 없음에도 우리나라는 그 피해가 자못 심각하다.
외부 사정 때문이다.
은행은 해외로드 쇼를 못해 외화차입의 길이 막혔나 하면 수출 활동도 막혀 장기화 할 경우 반도체 수출까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스의 경제적 피해는 뉴욕의 주간지 타임에 의하면 이미 300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다른 전문가들은 장기적이면 5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세계화의 진행에 따라 그 영향도 세계화되고 있는 것이다.
울리히 벡이 위험사회에서 주장했듯이 우선 전염의 위험도 세계화의 진행에 따라 개인의 위험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전 인류의 위험으로 바뀐 것이다.
아프리카 원숭이의 전염병인 에볼라 출혈열이라는 무서운 병이 '세계화' 된 것도 세계화 덕분(?)이다.
경제활동 역시 엄청난 제약을 받고 있다.
세계 기업출장 협회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확실히 드러난다.
세계 유수 기업의 61%가 아시아 출장을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사스 피해가 확산되자 모건 스탠리 등 세계 유수 투자금융기관들은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당초 2.5%에서 2.4%로 내리고 있다.
불과 0.1% 차이지만 2.5% 밑으로는 불황으로 정한다는 공식기준이 있고 보면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기분 나쁜 징조를 보이는 것은 9.11테러와 이번 사스가 세계화에 미치는 영향이 비슷하다는 데 있다.
자본 이동도 그렇고 홈쇼핑의 증대 등에 따른 소비의 감소 경향도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9.11테러가 끼친 세계경제에 대한 피해를 보자. 최근 세계무역기구(WTO)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세계 수출물량이 2001년은 마이너스 4.5%이고, 2002년은 4% 늘어 다소간 회복세를 보였다.
그런데 4%라면 높은 것 같지만 그러나 이는 세계화가 전성기를 누리던 90년대의 평균 6%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이뿐 아니다.
2001년 세계 자본의 흐름에도 이상이 생겼다.
전세계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가 전년도 1조5천억달러에서 7천4백억달러 규모로 반 이상 줄어들었다.
2001년 9월의 테러로 인해 세계 경제의 성장은 이렇게 타격을 입은 것이다.
국가 경제의 70%를 세계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여간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WTO의 올해 무역 전망이 사스 영향으로 지난해와 같거나 조금 나아질 뿐이라는 점이다.
대구의 경우 그렇지 않아도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사스의 피해는 이라크 전쟁의 10배에 해당될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만 나오고 있다.
어영부영 할 때가 아닌 것이다.
서상호(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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