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원칙없는 수도권 정책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수도권 집중억제대책이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게 도움을 주도록 관리되어야 한다"며 수도권 집중억제 대책에 따른 국내기업의 해외이전 사례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지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수도권 공장 신규 증설에 있어서 국내기업이 역차별 당하고 있으며 그 결과 주요 기업이 해외이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방송보도가 있었다"면서 실태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례를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수도권 집중억제대책이) 불합리한 규제로 산업체에 일방적인 부담이 돼서도 곤란하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국무회의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며 수도권집중을 억제하기 위한 각종 규제 완화 뜻도 시사했다.

송경희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여부를 조사하고 사실이 그렇다면 지자체가 동참하는 가운데 토론을 해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제적 격차가 커지고 있는데도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이라는 국정과제를 위해 수도권의 공장증설 요구 등을 대폭 수용하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수도권개발 억제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정과제와도 상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지난 24일 국정과제회의에 참석, "국가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분산형으로 가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지역간 불균형은 해소돼야 한다"고 밝힌 원칙과도 맞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지방간 갈등이 모든 것을 망가뜨리고 있다"면서 지역균형발전을 최우선적인 국정과제로 상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지만 다른 자리에서는 또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어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자초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LG필립스의 파주 LCD공장 투자유치를 위해 공장입지조건을 완화해 주는 등 수도권에 대한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기업의 신규투자나 추가투자는 수도권이 아니라 지방에 유치할 수 있도록 정부가 확실한 투자유인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수도권에 대한 규제완화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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