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올 때 한국의 여성들한테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비가 오니까 분위기가 좋네요"란 말이다.
나는 비를 좋아하지 않는다.
비가 오면 밖으로 나가는 것도 귀찮고 세탁물이 잘 마르지도 않고.... 하여튼 나는 비를 보고 분위기가 좋다라는 것을 딱 한번도 느낀 적이 없고, 비가 온다고 해서 창문 밖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싶어지거나 부침개나 수제비, 그리고 짬뽕을 먹고 싶어지지 않는다.
비가 오면 '싫다'라고 느낄 뿐이다.
그러면 왜 한국사람들은 비가 오면 이런 느낌을 가지는 것일까?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비가 내리는 날이 일본보다 적다고 느꼈다.
내가 살았던 히로시마란 지역은 일본 내에서도 비가 적은 편이지만 히로시마에 비해서도 한국은 강수량이 적은 것 같다.
강수량이 얼마이며 일년간 며칠 비가 온다라는 데이터는 잘 모르지만 "한국은 물부족 국가다"란 광고가 나올 정도니까 아마도 실제로 비가 적은것 같다.
옛날부터 비가 적었었다면 비를 반가워하는 한국사람의 반응도 이해할 것 같다.
항상 비를 기다리고 있는데 비가 온다면 싫어할 이유가 없다.
비를 기다렸던 옛날 사람들은 비가 오면 따뜻한 음식을 먹으면서 밖을 보고 "분위기가 좋네요"라고 웃으면서 비를 즐겼지 않았을까.
또 일본어에는 '비가 내리다'라는 표현 밖에 없지만 한국어에는 '비가 내리다'와 '비가 오다'란 2가지의 표현을 쓴다.
단순하게 하늘에서 비가 내려 오는게 아니라 목 빠지게 기다렸던 '비'란 친구가 하늘에서 오는 것이다.
이런 언어적 차이에서도 농사에 힘쓰면서 비를 기다렸던 옛날 사람들의 마음을 상상할 수 있어서 재미가 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비가 내리다'보다 '비가 오다'를 잘 쓰는것을 보면 현대 사람들에게도 이런 비를 반갑게 볼 감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다른 시각에서 보면 비가 적기 때문에 비에 대한 대책을 충분히 가지지 못했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장마나 태풍의 계절이 되면 도로에 있는 배수시설이 제대로 작동 되지않아 물이 도로에 넘치고 매년 수해가 발생하는 것도 '비'라는 것이 그렇게 많이 오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있으니까 대책없이 그냥 방치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면 좀 지나친 말인가? 봄비가 오는 날, 비를 보면서 한국사람과 비에 대해서 생각을 해봤다.
이시바시(34·일본·대구YMCA 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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