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생강나무 잎을 문지르면 생강냄새가 난다

이른 봄 산수유보다 한 뼘 먼저 꽃을 피운다

산수유보다 한 움큼 더 꽃피운다

지나가던 바람이 내 가슴을 문지른다

화근내 진동을 한다

지난 겨울 아궁이보다 한 겹 더 어두운

아니 한 길 더 깊은 그을음 냄새가 난다

-김호진 「생강나무」

순수에는 두 가지가 있다.

아침이슬과 겨울 설산의 노을 같은 것이다.

전자가 정태적 수동적인 것이라면 후자는 적극적 치열성이 있다.

생강냄새는 정신의 청량성을 짙게 자극한다는 점에서 후자에 가깝다.

이 시는 순수 취각과 가슴의 화근내를 대비시키고 있다.

냄새를 통한 삶의 윤리적 경구성을 드러내고 있다.

권기호〈시인·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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