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은 '근로자의 날'.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계속된 고실업률에다 이라크전에 사스 파동까지 겹치자 국내외 경기가 얼어 붙어 중장년 재취업 희망자들이 장기 실업자로 전락하고 있다.
◇장기실업자의 비애
고두용(48.가명.포항)씨는 1년8개월째 백수신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1년 8월 말 한 대기업에서 어쩔 수 없이 퇴직한 후 직장을 구하지 못한 것. 노동부 고용안정센터, 인터넷 채용정보 업체 등에 취업을 의뢰했으나 감감 무소식이다.
고씨는 "가진 돈을 다 써버린데다 수입조차 없다"며 "나이 많은 죄때문에 재취업이 어렵다"고 답답해 했다.
"나이 든 사람치고 나만큼 워드.엑셀.인터넷에 능한 경우도 드물 것인데도 이런 실력을 알아주는 데가 없어 쉰도 안된 나이에 장기실업자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에 잠을 못 이룬다"고 하소연했다.
천수영(39.가명.경산)씨는 2000년 직장에서 나온 후 계속된 재취업 시도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없다고 했다.
건설회사에서 10년간 근무했지만 그런 경력조차 효용이 없다는 것. 천씨는 "내 나이 마흔이지만 100만원 정도의 저임금을 제시하면서 온갖 허드렛일을 떠맡기려는 회사가 대부분"이라며 "이 나이에 벌써 임시직에 만족해야 할 형편"이라고 했다.
김홍영(39.가명.대구 수성구)씨는 지난해 12월 건설업체에서 퇴직한 후 넉달이 되도록 재취업을 못해 장기실업자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휩싸인다고 했다.
곧바로 재취업할 수 있을 줄 알았으나 여의찮았고, 경기까지 급격히 나빠져 주위에서도 2, 3개월짜리 실업이 곧바로 장기 실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적잖이 본다고 했다.
◇근로자 감소 실업자 증가
통계청은 지난 1/4분기 고용 동향 분석 결과 실직 후 일년 이상된 실업자가 전국적으로 15만여명에 이르러 작년 같은 시기(13만9천여명)보다 8%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국의 구직 단념자(취업하려 해도 노동시장 사유로 못한 사람)는 지난 3월 7만4천여명에 이르러 작년 12월 말(3만9천명) 이후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취업정보 업체 갬콤 금용필 사장은 "취업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30, 40대 재취업 희망자들"이라며 "간부직으로 재취업해야 하는데다 급여 부담이 많은데도 몇년의 업무 공백으로 기술 경쟁력까지 떨어져 사용자측은 이들을 가장 매력 없는 인력으로 느낀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지역 채용정보 업체들은 역내 30, 40대 재취업 희망자들이 1만5천여명에 육박하고 이들의 취업률은 20% 정도에 그친다는 집계를 내놓고 있다.
대구고용안정센터 이신희 실장은 "4, 5년 이상 취업을 못한 30, 40대 구직자만도 각 고용안정센터마다 10명 가까이 등록하고 있다"며 "일자리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적성에 안맞는 일자리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자세를 갖는 것이 실업 탈출의 돌파구"라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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