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공단 인니 근로자 에디씨

"내후년 우리 집으로 돌아갈 때가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그때 쯤이면 저도 고향에서 부자 소리 듣게 될 테니까요. 한국생활도 참 재미있습니다.

노동자 생일(근로자의 날)까지 다 있구요".

포항공단 한 업체에서 외국인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인도네시아 반둥시 출신 에디 브라잇노(27)씨는 1일 동료들과 함께 사내 체육대회에 참가해 힘껏 뛰었다.

난생 처음 경험하는 근로자의 날이었다.

고교를 졸업하고 봉제공장에 다니다 작년 11월 입국, 포항에서 한국생활 5개월째를 보낸 에디는 코리안 드림에 들떠 있다.

쓸만큼 쓰고도 통장에는 고향에서 받던 월급의 4배 가까운 돈이 매월 쌓여 이대로만 간다면 귀향후 소원인 잡화점을 개업하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늘 밝은 표정의 그를 이따금씩 괴롭히는 것은 향수병. 그는 고향에 두고온 결혼 4년째의 아내 수와스 따로(24)와 생후 한달만에 생이별한 딸 브라피따의 사진을 들여다보며 혼자 눈물짓는 날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보고 싶으면 가끔 전화를 걸거나 편지를 써요. 그럴 때마다 아내는 '사랑해요, 보고 싶어요'라고 하는데.... 알뜰하게 저축해 아내와 딸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

에디는 50여명 사원 중에서 인기 '짱'이다.

동료들은 "에디가 돼지고기는 먹지 않아 회식자리에서 그 옆에 앉으면 쇠고기를 먹을 수 있어 좋다"며 감쌌다.

또 노래방에서는 '웰컴 투 코리아'같은 노래를 신나게 불러 앙코르도 자주 받는다는 것.

"한국 근로자들 부럽습니다.

할 말 다 하잖아요. 전 열심히 일하고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직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일년간의 산업 연수생 생활을 마친 뒤 2년간의 취업기회를 얻기 위해 틈틈이 외국인 연수취업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는 에디는 "체육대회에 경품으로 내걸린 카세트에 당첨됐으면 하는게 당장의 소원"이라고 근로자의 날을 맞는 소감을 쑥스러운듯 밝혔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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