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낳은 자식 아니지만 잠 설치며 기다려요

"며칠전 전화온 뒤부터 빨리 보았으면 하는 생각에 잠이 잘 오지 않아. 만나면 먹고 싶은 회를 사 달라고 할 거야".

'어버이 날'인 8일 아침. 포항시 남구 대잠동 성모병원내 사회복지법인 성모자애원 '마리아의 집'에서 만난 최호선(73.지체장애 5급) 할머니는 소녀처럼 마음이 설레었다.

'어버이 날'을 맞아 자신을 찾아 올 아들 부부 생각에 며칠 전부터 잠을 설친 때문이다.

'마리아의 집'은 성인 여성 장애인 생활시설로 무연고자 등 50명의 지체장애 등 각종 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최 할머니가 기다리는 아들 박수득(54.울산시)씨는 최 할머니가 낳은 친아들이 아니다.

박씨는 최 할머니가 해방되던 해인 45년에 결혼, 3년간 살다 헤어진 남편이 재혼해 낳은 아들로 현재 울산에서 자전거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박씨가 최 할머니의 생사를 알게 된 것은 지난해 10월. 우연히 할아버지 호적문제로 울산시 북구청에 갔다 20년전 사망한 아버지의 호적부에 최 할머니가 그대로 등재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박씨는 친척들과 상의한 끝에 최 할머니가 아버지와 헤어진 후 행방이 묘연할 뿐 아니라 지금까지 연락이 안 돼 숨진 것으로 판단, 사망신고를 했다.

하지만 사망신고 며칠 뒤 구청으로부터 최 할머니가 포항 성모자애원에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박씨는 며칠뒤 부인과 함께 포항 성모자애원을 찾았다.

비록 친아들, 친어머니는 아니었지만 모자의 상봉은 주위를 가슴 뭉클하게 만들었다고 주위 동료들은 말한다.

그 뒤 박씨는 두차례 더 최 할머니를 찾아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친어머니가 생존해 있는 박씨는 "비록 함께 모실 입장은 안되지만 아버지와 3년간 부부로 살다 헤어진 후 재혼도 하지 않는 등 고생이 컸었다"며 "앞으로 어머니로 모시며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는 게 희망"이라고 말했다.

성모자애원 '마리아의 집' 김진숙(마카렛) 수녀는 "최 할머니를 앞으로 친부모와 똑같이 모시겠다는 박씨 부부는 요즘 세상에 보기드문 아름다운 마음씨를 지녔다.

"고 말했다.

포항.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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