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무도 찾지않는 '나홀로 어버이날'

"할머니, 어버이날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몰라".

어버이라면 누구나 빨간 카네이션 꽃을 자랑스런 훈장처럼 달고 다니는 어버이날이지만 꽃은커녕 찾아오는 사람조차 없는 노인들이 있어 안타까운 곳이 있다.

포항시 대도동에 위치한 '아가페 사랑의 집'. 이 곳에는 장애와 치매 등을 앓고 있는 무의탁 노인 60여명이 여생을 보내고 있다.

이 곳 노인들에게 어버이날은 흐릿한 기억 저편에 머물러 있다.

언제 가슴에 꽃을 달아보았는지조차 모른다.

이 곳 노인들에게 어버이날은 그냥 365일 중 하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들을 돌보고 있는 박설자(61·여) 원장은 "연말연시에 사회단체에서 가끔 찾아오기는 했어도 어버이날에 찾아오는 단체는 최근 들어 한 곳도 없었다"고 말했다.

심지어 가족이 있는 일부 노인도 자녀들의 발길이 뜸하다는 것.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한 노인들은 거실에 모여 앉아 텔레비전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그냥 화면만 쳐다보고 울려 퍼지는 소리에 귀를 맡기고 있는 것이다.

유일한 즐거움은 먹는 것이다.

박 원장은 "식사량이 엄청나다"고 말한다.

별식으로 제공하는 라면과 국수를 빼고도 쌀 4가마로 한달을 넘기기 어렵다는 것. 먹음으로써 쌓인 응어리를 푸는 듯.

사정이 이렇다보니 카네이션 꽃도 노인들에겐 사치일지도 모른다.

박 원장은 "꽃도 필요하겠지만 노인들에게는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쌀과 국수, 라면 등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거실 한쪽에서 음료수를 마시던 한 할머니의 입가로 음료수가 계속 흘러내리자 여직원이 얼른 달려와 입가를 닦았다.

직원 5명의 수발도 보통이 아니다.

대·소변을 직접 치우고 기저귀를 갈아주며, 빨래와 식사준비, 방청소 등 일반인이 해낸다는 것이 상상이 안될 정도다.

박 원장은 "적은 월급에도 불구하고 봉사하는 자세로 일해주는 직원들이 그저 고맙기만 하다"며 "함께 고생하는 사람이 있고 돌봐줘야 할 사람이 있는 한 사랑의 집을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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