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핀 흰 꽃으로 덮인 숲이 흰구름 뭉개뭉개 떠가는 듯한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해 환상적입니다". 달성 옥포면 교항1리의 이팝나무 군락지를 지난 8일 가족과 함께 찾은 김정은(42.여.대구 범물동)씨는 감탄을 억제하지 못했다.
밥알 크기의 흰 꽃때문에 '이밥(쌀밥) 나무'라고도 불리는 이팝나무는 그 자체가 주는 느낌만도 특이하다.
게다가 3천여평이나 되는 넓은 터에 밥알만한 흰꽃이 부지기수로 피었으니 더 장관일 수밖에. 1991년에는 천연보호림으로 지정됐을 정도이다.
때문에 꽃이 절정에 이르는 이 즈음이면 군락지에는 해마다 상춘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평탄한 구릉의 이 군락지에서는 200년 넘은 장대한 이팝나무 45그루를 중심으로 150여년 된 상수리.팽.말채.굴참 등 10여종 1천여 그루의 나무들까지 봄을 합창, 자연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준호(36.대구 상인동)씨는 "고목이 거대한 숲을 이룬 군락지는 앞산순환로 등 대구 도심 군데군데 심겨진 어린 이팝나무들과는 전혀 다른 영감을 줘 해마다 이맘때면 빼먹지 않고 찾는다"고 말했다.
이곳 이팝나무들의 이토록 보배로운 성장에는 못잖게 소중한 마을 사람들의 사랑이 배 있다.
주민 250여명은 1997년 각각 6만원씩 부담해 '마을회'를 결성한 뒤 군락지 3천여평을 공동소유로 등기했고, 유지 40여명은 별도로 '이팝나무 사랑회'를 만들어 명소로 가꿔 왔다.
마을을 떠난 출향인사들도 600여만원을 모아 사랑회를 지원했다.
"자연 상태에서 싹을 틔우고 번식하려면 꽃이 떨어져 3년 동안 쌓여야 할 정도로 이팝나무는 번식이 힘들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향 사람들은 귀중한 군락을 갖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이 천연보호림을 보전하려 정성을 다하는 것이지요". 한임개(52)씨는 마을 사람들이 이팝나무숲을 얼마나 소중히 하는지를 그렇게 설명했다.
사랑회가 어버이날 동네 노인들 잔치를 연 곳도 이 숲이었다.
그런만큼 동네 사람들은 더 많은 시민들이 사랑할 수 있도록 숲의 여건을 향상시켜 주길 바라고 있었다.
김용암(52) 사랑회장은 "주민들이 도맡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군락지 진입로 700여m라도 포장해 주고 나아가 행정당국이 계획을 세워 이팝축제를 연다면 더 많은 시민들이 귀중한 자연의 시혜를 함께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팝나무 군락지는 화원에서 5호선 국도를 타고 달성농업기술센터를 지나 위천쪽으로 1km쯤 가다 '이팝나무 천연보호림'이라는 표지판을 따라 오른쪽으로 5분쯤 가면 만날 수 있다.강병서기자 kbs@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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