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말에세이-가정은 하늘나라 출장소

생각만 해도 좋은 5월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강북(칠곡)의 함지산에는 아카시아 향기가 그득하고, 꿀벌이 떼지어 날아다닙니다.

너무나 평화롭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매년 이맘때가 되면 '가정의 위기'를 곧잘 얘기합니다.

우리 주위만 해도 젊은 부부의 이혼으로 인해 사랑과 정성으로 양육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 가슴이 아픕니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소중한 것을 찾아서 그림을 그리고 싶은 화가가 있었습니다.

그가 아침 일찍 처음 만난 사람은 교회의 목사였습니다.

그는 목사님에게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목사가 "신앙생활을 하며 믿음과 사랑으로 웃음 띤 성도의 얼굴" 이라고 해 화가는 교회에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다음날에는 신혼부부에게 똑같이 물으니 "세상에서 제일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사랑"이라는 대답을 듣고 그들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는 다시 전쟁터에서 돌아오는 군인을 만나서 물으니 그 병사는 지체하지 않고 "제일 아름답고 소중한 것은 평화" 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화가는 이 모든 것에 만족하지 못하며 '정말 아름답고 소중한 것'에 대한 고민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의 자녀들이 멀리서부터 달려나와 두 팔로 매달리고 그의 아내가 따뜻한 웃음으로 그를 맞이합니다.

그리고 나서 잠시 후에 온 식구들이 식탁에 앉아 아버지와 남편을 환영하며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릴 때, 화가는 비로소 그의 자녀와 아내들의 얼굴에 빛나는 사랑과 신앙의 평화를 보고 그가 지금까지 찾고 있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모습을 화폭에 담아 제목을 '가정'이라고 하였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님들께서는 온 가족이 오순도순 둘러앉아 이야기를 얼마나 자주 나누시는지요?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빨리 가정으로 돌아가 식구들과 지내는 것이 동료들과의 술자리보다 더욱 더 기대가 되는지요? 우리들에게 가정이 '하숙생활'을 하는 물리적 공간으로 점점 변화되고 있는지 않는지요?

오늘날 '빠르고 편리한 것'이 모든걸 좌지우지합니다.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신앙생활도 '빨리 믿고' '빨리 구원' 받고 싶고 편하게 지내고 싶어합니다.

'희생'이니 '헌신'을 이야기하면 '교회가 이곳밖에 없나?'하는 듯이 바라봅니다.

그러다 보니 허수의 신앙인이 생깁니다.

가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이맘때쯤 이혼을 하기 위해서 모든 준비를 마친 부부가 재산을 나누다가 도저히 나눌 수 없는 돈으로 마지막 세계여행(이혼여행)을 하다 가정의 소중함을 회복한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들은 신세대 맞벌이 부부로 아쉬울 것이 없었습니다.

자식은 낳지 않기로 했고, 경제적으로 서로 독립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자유로움이 이 부부에게 문제가 되어 갈라서기로 한 것입니다.

이들의 결혼생활에는 봄에는 꽃을 피우고 키가 자라고 열매를 맺기 위해서 나무 뿌리가 희생하고 가을에는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서 잎이 말라지고 가지가 희생하는 아름다운 공동체정신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결혼은 하되 '나는 나이고 너는 너다'라는 조건만 있었습니다.

이별여행 중에 나눈 수많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상대방의 소중함을 깨달아 뜨거운 포옹을 다시 나누게 됐습니다.

우리가 상대의 도움에 대해 필요성을 깨닫지 못할 때에는 서로의 존재에 대해 아무런 의미를 찾을 수 없습니다.

지금 당장 나의 곁을 스치는 바람, 들판의 이름 없는 꽃들, 매일 만나는 가족들, 직장동료들에 대한 소중함을 느껴보십시오. 그리고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절대로 깨뜨리지 않으려면 자신을 희생하십시오. 희생과 헌신할 때에 진정한 기쁨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가정은 하늘나라의 출장소입니다.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자기 희생으로 세워지고 만들어 가는 가정이 많아지는 5월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이장환(칠곡 영언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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