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업계·전문가 참여 조직 재정비를"

대구시의 포스트밀라노 전면 재조정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시가 산업자원부에 제출한 1차 예산기획안에 지역 섬유업계 및 학계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포스트밀라노 주관 기관과 대구·경북섬유협회 및 대구시가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예전의 부풀리기식 사업계획 수립에만 매달려 추진기간 1년에 1억5천만원의 시비를 들인 기획안이 오히려 예산 확보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섬유인들은 왜 진작부터 제대로 된 사업계획안을 수립할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업계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하고 각 주관 기관간 사업 내용을 상호 조정·연계할 수 있는 전문기구 설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부실 계획안=대통령 직속기관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난 2일 위원회내 지역혁신팀, 지역전략산업팀, 제도개선팀 등 3개 팀별 전문위원회 구성을 끝내고 포스트밀라노를 비롯한 지역 특화산업들의 비전 점검에 돌입했다.

정부는 위원회 재조사 결과 사업 방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사업 규모 및 예산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처럼 새 정부 들어 지난 정권에서 추진됐던 모든 지역 산업들에 대한 원점에서의 재검토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대구시가 지난달 말 정부에 제출한 예산기획안은 대구 섬유의 비전을 제시하기엔 너무나 허술했다.

지난해 4월 대구·경북 섬유산업협회는 대구시의 승인과 지원하에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의 목적사업 형태로 전문가 100여명을 동원, 포스트밀라노 사업계획서 수립에 들어갔다.

그러나 염색기술연구소,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등 일부 밀라노프로젝트 주관 기관은 전문가 그룹 10여명이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각 주관기관의 사업능력을 철저히 검증한 뒤 이에 걸맞은 예산을 편성하려 하자 자질 검증이 선행되지 않았고 법적 근거도 없어 일부 전문가들에게 국책 사업의 평가와 예산 조정을 맡길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업계 및 학계 대표로 구성된 전문위원들은 사업추진기간내내 주관 기관과의 마찰이 잇따르자 자신들의 역할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포기했고, 이에 따라 포스트밀라노 기획안은 학계 및 업계의 의견을 대폭 수렴한 총체적 기획안이 아니라 각 주관기관의 자체 계획을 그대로 정리해 놓는 수준에 그쳤다.

또 이 과정에서 주관 기관간 예산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치달아 직물, 염색 산업은 갈수록 예산이 증폭된 반면 패션, 봉제는 오히려 예산이 축소됐다.

게다가 기획안 분석, 조정 작업을 책임져야 할 대구시는 오히려 이같은 산업 불균형을 더욱 부추겼다.

일부 주관 기관에 눌린 대구시가 예산삭감을 요구하는 바람에 한국패션센터 경우 전체예산 115억원을 95억원으로 낮췄고 봉제기술센터도 일부 사업을 포기했다.

지역 섬유업계 및 학계는 "현 정부는 철저한 실용주의를 추구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사업 추진이 결정됐던 5년전과는 세상이 다르다"며 "각 주관기관들과 대구시는 지금부터라도 대구 섬유산업의 미래를 위한 예산 및 사업 재조정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정 시스템 구축=포스트밀라노 계획안이 제대로 작성되지 못한 근본 이유는 각 주관기관의 사업들을 상호 조정하고 연계시키는 조직 체계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 대구시장과 대구·경북섬유산업협회장이 공동 위원장을 맡은 대구섬유산업육성추진위원회이지만 내부 위원들이 각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 포스트밀라노 주관기관 이사장 등으로 구성돼 단지 사업 승인 사인만 하는 형식적 역할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지역 섬유학계 및 업계는 밀라노프로젝트 추진 당시부터 운영시스템 개선책으로 전국단위 산·학·연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기획단 및 실무위원화와 분야별 기획위원회 구성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지역 섬유인들이 요구하는 기획단의 역할은 직물, 염색, 패션, 봉제 등 업 스트림에서 다운 스트림까지 섬유 관련 전체 사업을 기획·조정하는 일.

기획단이 연구개발과제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 산·학·연 및 정부간 역할과 기능을 코디네이터하고, 업계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임가공 업체를 포스트밀라노에 참여시키고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섬유인들은 이같은 전문기구 설치는 대구시와 산자부의 추진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실행 가능한 일이라며 시는 산자부의 지역산업진흥사업운영요령에 의한 R&D 기획평가제도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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