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말 인류는 새 천년의 화두로 '평화와 발전'을 선택했다.
그러나 '평화와 발전'이란 인류의 소망은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쌍둥이 빌딩의 붕괴와 함께 물거품처럼 사라져버렸으며, 미국은 테러리즘의 추방이란 미명하에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사상 유례없는 현대전을 감행했다.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인류양심의 외침은 허공의 메아리에 불과했으며, 국제관계에는 오직 국가이익만이 존재한다는 비정의 적자생존법칙만을 확인케 했다.
전쟁의 결과 인류 문명의 발상지 메소포타미아의 유적지들은 폐허화 되었으며, 아담과 이브가 살던 에덴 동산은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다시 한번 전쟁 없는 세기에 살고 싶다는 인류의 소망을 절감케 하고 있다.
필자는 이 논단을 통해 이라크 전쟁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분석을 계속할 겨를이 없다.
왜냐하면 이라크 전쟁의 참화로 인한 공포가 우리의 뇌리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북핵 문제로 인해 세계인의 이목이 한반도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세계인들은 현재 한반도를 '아시아의 발칸반도'로 보고 있으며, 한국인들을 '아시아의 팔레스타인 사람들' 또는 '고래들 속의 새우'로 걱정하고 있다.
발칸반도는 유럽 남동부 지중해 동쪽에 돌출한 삼각형의 반도로 유사이래 세계 열강들의 이해관계가 교차되는 전략적 요충지대였기 때문에 '세계의 화약고'로 지칭되어 왔다.
그렇다면 한반도는 과연 아시아의 발칸반도인가?
한반도 역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4대 강국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요충지대라 할 수 있다.
한반도는 미국이 유라시아 대륙의 강국 중국과 러시아를 포위할 수 있는 교두보적 위치에 있으며, 러시아가 아시아·태평양 경제권으로 진입할 때 반드시 통과해야 할 길목이고, 일본이 유라시아 대륙으로 상륙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천연교량과 같은 역할을 한다.
아울러 한반도는 태평양 쪽에서 바라볼 때 중국의 머리를 내리칠 수 있는 망치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중국 대륙쪽에서 바라 볼 때는 일본의 심장부를 찌를 수 있는 비수의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안보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지역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 한반도에서 북핵 문제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 쌍방간의 공동의 노력 뿐만 아니라 미·중·일·러 등 주변 강대국들의 적극적인 협력이 있을 때 해결이 가능하다.
즉, 내부적 조건과 외부적 조건이 교묘하게 동시에 충족될 때 해결이 가능한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관건은 한반도의 미래 결정에 있어서 최강의 외부세력으로 간주되는 미국이 아·태 지역에서 패권주의를 계속 추구할 것인가 여부와 관련된 문제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현 단계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의 핵심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확보하여 미국중심의 한반도 안보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함으로써, 중국·러시아·일본의 영향력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궁극적으로는 통일한국으로 하여금 미국의 세계전략체계 속으로 편입시키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상황은 그렇게 간단하게 극복될 문제가 아니다.
우선 북한으로 하여금 핵 개발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고, 미국으로 하여금 평화적 해결방안에 동의하도록 하는 일 역시 쉬운 것이 아니다.
또한 중국을 비롯한 기타 강대국으로부터 협력을 얻어내는 것 역시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는 일이다.
우리 정치권은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위해 남북 문제를 소모적 정쟁의 볼모로 삼아서는 안 될 것이며, 시대착오적인 냉전적 사고가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반도를 결코 아시아의 발칸반도가 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며, 고래들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어리석음을 우리 스스로 자초해서는 더 더욱 안될 것이다.
장병옥 〈계명대 교수·중국정치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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