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육&학교-현장학습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된 이후 학교 현장에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었지만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현장 체험학습의 확대다.

교과서와 교실 수업 만으로 부족한 부분을 현장에서 직접 경험함으로써 학습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현장 체험학습. 교육과정이 이를 중시하고 있으니 각급 학교 교사들은 한달에 한두번, 적어도 한학기에 한두번은 현장으로 나갈 수 있는 여건이 주어졌다.

그러나 학교 상황은 아직 답답한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어떤 실정이고, 무엇이 문제인지, 개선할 방법은 어떤 것인지 짚어본다.

▲말 뿐인 체험, 그나마도 소풍 형태=엄밀히 본다면 현장 체험학습이 이뤄지는 곳은 초등학교 정도이다.

중·고교는 공부와 성적에 대한 부담 때문에 교사들은 물론 학생, 학부모들도 현장 체험학습의 중요성을 외면하고 있다.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일부 중·고교에서 전일제 클럽활동이 이뤄지는 날에 한두개 동아리가 현장으로 나가긴 하지만 교과서나 교실 수업과 연결된 체험학습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초등학교 단위에서는 그래도 체험학습을 진행하는 학교를 어렵잖이 찾을 수 있다.

프로그램도 박물관이나 자연·생태 체험 등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과연 학습 내용을 얼마나 심화시켜 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흔히 가는 박물관 체험을 보자. 갔다 하면 학교의 한 학년 전체가 한꺼번에 간다.

적어도 200명 안팎이다.

이만한 숫자의 학생들이 박물관에 들어간다면 어떤 모습일지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잡담과 장난으로 왁자지껄한 전시공간을, 그것도 뒷사람에 밀려 전시된 유물이나 문화재 등을 자세히 보기도 힘들 만큼 빠르게 지나가야 한다면 학생들은 과연 박물관 체험을 뭐라고 받아들일까. 박물관 관계자들은 좬학교에서 제발 한두 학급씩, 한두개 전시실을 대상으로 체험학습을 보내주면 나름대로 학생들에게 설명도 해 줄 수 있을텐데…좭라고 안타까워한다.

이런 식의 겉핥기식 체험을 했을 뿐인데도 교사들은 흔히 활동지나 체험소감문 등을 요구한다.

제대로 알고 느끼고 상상하는 즐거움을 얻지 못했는데 이런 과제까지 주어지면 체험학습은 학생들에게 그야말로 골칫거리가 될 뿐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체험학습 명목으로 버스를 몇 시간씩 타고 서울이나 백제문화권을 소풍 삼아 다녀오는 학교들도 더러 있다.

상당수 학교에서는 교사가 자발적으로 학급 단위 체험학습을 가려 해도 사고 위험,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실정에선 체험학습이 여전히 소풍 수준을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다.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첩첩산중=문제를 학급 단위로 좁혀 보자. 수업에서 배우는 내용이나 교과서나 체험학습을 할 만한, 하지 않으면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초등학교의 경우 거의 전 과목이 현장에 나가봐야 제대로 알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하다고 교사들은 이야기했다.

적어도 한달에 한두번은 현장에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사들도 많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한 게 아니다.

교과서 내용이든 재량활동 시간이든 체험학습 할 내용을 결정하기는 어렵지 않다.

연초에 한 학기나 한 학년 동안의 체험학습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그러나 가기 전의 자료 조사와 답사, 선행학습과 현장 학습, 마무리 활동까지 교사가 준비해야 할 부분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물론 현장체험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고 선행학습을 하는 것은 나름대로 공을 들이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갔을 때 교사 혼자 효율적인 수업을 진행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예컨대 대구박물관 견학을 갔을 때 선사시대부터 근세까지 역사적 흐름과 특징, 유물 각각의 용도나 변천 등에 대해 짧은 시간에 학생들의 의문을 풀어준다는 건 전문가라고 해도 불가능하다.

생태 체험을 한다고 학교 밖 산이나 습지 같은 곳을 찾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 교과 수업을 진행하는 초등 교사라고 해도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없으니, 현장과 수업 내용을 효율적으로 엮어낼 수 있는 분야란 기껏해야 한두 가지 뿐일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현장 체험학습은 어렵다고 포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서는 오히려 최대한 강화해야 한다.

그러려면 교사는 물론 학교와 교육청, 지역사회 전체가 여기에 힘을 모아줘야 한다.

교사들은 우선 체험학습 계획을 세우고 자료를 수집하고 답사하고 사전 교육을 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학년 단위로 교사들끼리 자신 있는 분야를 맡아 전 학년의 체험학습을 책임지는 역할 분담 등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학교 역시 체험학습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한두 학급 단위의 효율적인 학교 나서기를 적극 권장해야 한다.

학교 밖의 인식 변화와 협조도 이 못지 않게 중요하다.

교사들은 우선 교육청이 실시하는 직무연수 과정에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더 다양하게 넣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청이 좋은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경험 있는 교사를 강사로 양성해 많은 교사들에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들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교사들이 개인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부담도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지역사회의 역할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교사들은 강조했다.

가령 박물관 체험학습을 갔을 때 박물관 담당자들이 전문적인 설명과 의문 해결 등을 맡아주는 일, 섬유를 주축으로 하는 대구라면 학생들이 경험할 수 있는 섬유산업 체험 프로그램을 행정당국이나 경제계가 만들어 적극 참여시키는 일 등이 해당된다.

이처럼 많은 부분에서 유기적인 협조가 이뤄질 때에야 진정한 의미의 현장 체험학습도 가능할 수 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도움말:임성무 교사(전교조 대구지부), 박홍진 교사(성화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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