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U대회 D-100 특별기고-이제 U대회다

'대구, 요즈음 어떻습니까? 괜찮습니까?' 이는 대구만 벗어나면 자주 듣는 이야기가 되었다.

염려인지 위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우호적인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아 듣기가 불편하다.

우리 사회의 중심세력으로 자부해온 대구사람들로서는 기분이 좋을 리 없는 것이다.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는 없는 것인가?

*체조로 연대의식 고취

서양의 근대 스포츠사를 잠깐 살펴보자. 1806년 프로이센왕국은 예나전투에서 프랑스의 나폴레옹군에게 패하여 영토의 절반을 잃고 많은 배상금을 지불하였다.

온 나라가 그대로 주저앉을 분위기였음은 물론이다.

이때 독일의 구국청년 얀이 등장하여 체조운동을 통하여 독일의 자유와 청년들의 강한 연대의식을 고취시키고자 하였다.

통일을 지향하면서, 한편으로 민족주의 운동을 펼쳤던 것이다.

이것이 그 유명한 트루넨운동이다.

그후 1815년 영국의 군대는 나폴레옹이 이끈 프랑스군을 격퇴하였다.

프로이센왕국의 원한을 푼 셈이다.

영국군을 이끈 웰링턴장군은 종전 후 '워털루전쟁에서의 승리는 이튼교정에서 나왔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는 이튼스쿨 출신의 군인들이 전쟁의 승리를 이끌었고, 그 학교의 주요 교육내용이 단합된 힘의 위력을 지닌 스포츠였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영국 유학 시절 이러한 사실에 감명을 받은 프랑스청년 쿠베르탱은 약해 빠지고 문제아 투성이었던 프랑스의 젊은이들을 구하는데 스포츠가 적격이라는 강한 확신을 갖게 된다.

이후 그는 고국으로 돌아가 프랑스 젊은이들, 나아가 세계인을 위한 스포츠제전을 부르짖었다.

1896년 아테네에서 부활된 근대올림픽은 이렇게 해서 탄생된 것이다.

*스포츠 국민사기 북돋워

이렇듯 '스포츠'는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사기를 북돋우고, 힘을 결집시키는 저력을 갖고 있다.

비록 대구가 전쟁을 겪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구시민들의 생활에 당장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나 최근 크고 작은 사건들에 의해 분위기가 침체되어 있다면 이의 극복에 스포츠가 한 몫을 할 수 있고, U대회가 이의 촉매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대회 개막이 100일 남은 시점에서 고려해야 할 몇 가지 과제를 짚어본다.

우선 대구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선수나 임원 외에 관람자로서 또 봉사자로서의 참여가 요구된다.

중요한 것은 U대회 자체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정보획득을 위한 노력이다.

대구.경북권 대학들이 이러한 문제의 최선봉장에 서야 함은 물론이다.

U대회는 대학생들의 스포츠축제인 것이다.

둘째, 조직위원회가 대회의 성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더 이상 무리한 기획을 하지 않아야 한다.

100일 남은 시점에 큰 테마를 구상하여 깜짝 쇼를 연출하려 하기보다는 대학생 스포츠제전답게 대회의 위상을 질적으로 승부해야 한다.

대규모 관중동원, 입장권 강매, 모든 행사를 U대회의 홍보와 연결시키는 무리수는 자제되어야 한다.

대회 후유증을 예방하기 위한 선행조치가 검토되어야 하는 것이다.

셋째, 최근 있은 대구의 슬픔을 U대회의 제례의식으로써 극복하자. 고대부터 대규모 스포츠대회는 제전경기였다.

동물싸움장과 차별 짖기 위해 제례의식과 운동경기를 병행한 것이다.

제례의식은 매스게임, 성화봉송, 선수선서 등이며, 운동경기는 뛰고 달리고 던지면서 행하는 힘 겨루기이다.

그리하여 한쪽은 신에의 감사와 선현의 영령(英靈)에 대한 위로로서 엄숙한 분위기이나, 다른 한쪽은 흥분된 싸움판이 된다.

만약 어느 한쪽에 치우쳐 축제의 양면성을 침해하게 되면 제전경기 본래의 모습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대구의 슬픔을 표출하려는 기획이 있다면 이는 제례의식으로써 행해져야 한다.

*학술대회 잘 치러야

넷째, '스포츠과학 학술대회'의 가치를 극대화시키자. 각종 스포츠대회에서 얻어지는 세계기록들은 스포츠과학의 결실이다.

대규모 스포츠행사와 병행하여 개최되는 학술대회가 그 점에 있어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대구 U대회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인의 관심이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학술대회만은 U대회가 최상의 수준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효용가치의 극대화는 대구 U대회가 성공의 길로 가는 지름길이다.

마지막으로, 개최를 100일 남긴 시점에 이번 대회를 통하여 기대했던, 그러나 실현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하고자 한다.

다름 아닌 국내 대학스포츠의 정상화, 즉 대구 U대회를 계기로 대학 스포츠의 아카데미즘을 회복하고, 지역간의 균형을 기대했으나 이러한 기대는 사실상 무산된 것이다.

행사주관 부서는 물론 대학 스포츠관계자들조차 이러한 문제의 해결에는 관심이 없었다.

정말 중요한 과제를 우리는 또 다시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되었다.

이와 함께 우리 지역의 대학들은 제대로 된 경기장 하나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001년 베이징 U대회는 52개 경기장 중 25개가 대학 스포츠시설이었다.

그러나 대구의 U대회는 경기장 65개 중 10개만이 대학 스포츠시설이다.

대학에서 강의실, 실험실, 연구실 등이 필수요건이라면, 스포츠시설은 대학문화의 상징이다.

선진국 수준의 대학을 지향한다면서 필수요건만 강조하게 되면 제대로 된 대학의 모습은 요원한 것이 된다.

대구 U대회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자성의 기회를 부여했다고 볼 수 있다.

대구 U대회는 향후 10여년 동안 국내에 개최예정이 없는 대규모 국제스포츠제전이다.

그러한 만큼 최선을 다해 대회를 준비하되, 대회 후 합당한 평가도 이루어지기 전에 자화자찬 일색으로 대회를 미화하는 전철은 밟지 않기를 바란다.

김동규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학술대회 집행위원장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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