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콜금리를 현행 4.25%에서 4.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작년 5월(0.25%포인트 인상) 이후 1년 만에 이뤄진 금리변경을 두고 경제계에서는 기대와 함께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한은은 사스(SARS)와 북핵 사태, SK글로벌 문제 등으로 올해 경제성장률이 4%를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하반기 경제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려 위축된 투자.소비심리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는 입장. 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금리인하 효과가 의문시되는데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등 후유증이 만만찮을 것이란 부정적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주체 심리 완화 기대=한은은 당초 올해 성장률을 5.7%로 예상한 뒤 지난달 4.1%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사스와 북핵 사태 등의 영향으로 0.3%포인트 정도 잠식돼 연간 성장률이 3.8%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은은 이라크전 이후 국제 유가 하락으로 물가가 비교적 안정된데다 작년 12월 이후 악화됐던 경상수지도 개선 조짐을 보여 부동산쪽을 제외하면 금리인하에 따른 부담은 상당히 덜어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국은행 고위관계자는 "소비.투자 위축으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데다 하반기 경제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워 금리인하로 경제 주체들의 심리적 위축을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금리인하에 따른 부동산으로의 자금이동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나 정부가 강도높은 억제책을 내놓고 있는 만큼 금리를 인하한다고 해서 시중자금이 부동산 투기로 급격하게 몰릴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양 효과 의문=그러나 한은 노조의 설문조사 결과 경제전문가 중 62%가 금리인하의 경기부양 효과에 의문을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상무는 "현재 시중 부동자금은 300조원 규모로 '너무' 풍부하다"며 "경기부양이 지금 시점에서 꼭 필요하다면 추경편성 등을 통한 재정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연구원 박종규 박사도 "이미 금리가 많이 내려 있는 상태여서 금리인하에 따른 소비.투자 부양효과가 의문시된다"며 "부동산으로 자금이 쏠릴 경우 경제 운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 뻔한 만큼 지금은 성장률 저하를 감수하고라도 금리를 그대로 둬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가라앉는' 경제를 추스르기 위해서는 지금이 금리인하 적기이며 부동산 투기 우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
LG경제연구원 이기승 연구위원은 "더 이상의 경기하강을 막고 잔뜩 위축된 투자.소비심리를 완화해 하반기 경제를 회복쪽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금리인하가 불가피했다"고 강조했다.
▨유동장세 기대감=금리인하에 따라 증시에서는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형석 한양증권 연구원은 "증시의 선행적 성격을 고려할 때 경기바닥을 예상한 자금유입으로 유동성 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인하→ 채권가격상승→채권매력감소→ 주식매력증가'의 과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일부 증시전문가들은 경기.기업의 펀더멘털 회복에 대한 '신호'가 아직 포착되지 않았고 시중의 안전자산 선호현상도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들어 금리인하에 따른 유동성 장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신성호 우리증권 이사는 "하반기 경기가 상반기에 비해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금리인하로 증시에 자금이 즉시 유입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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