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린 개그계 양념 주연들도 샘내죠

'저게 뭐지, 그런데 재미는 있네'.

기발한 아이디어로 요즘 개그계에서 뜨는 두 신인이 있다.

KBS 2TV 폭소클럽 '사물흉내'의 서남용과 MBC 코미디 하우스 '팝소리'의 김수미가 그 주인공. 이들은 방송 3사가 치열한 개그 프로그램 경쟁에 들어간 최근, 리모컨을 고정시키는 '양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남용을 처음 보는 시청자들은 약간 혼란을 느낀다.

개그맨일까 아닐까라는. 비쩍 마르고 큰 키에 덥수룩한 머리와 멍한 시선. 게다가 경상도 억양이 팍팍 살아있는 어눌한 말투를 들으면 '시청자 참여 코너'에 등장한 '아마추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그는 시청자를 사로잡는 묘한 매력을 갖고 있다.

'사물흉내'라는 특이한 개그를 들고 나와 타이어, 식빵, 바람에 날리는 생머리 등을 표현하는 그를 보면 슬그머니 웃음이 터져나온다.

변기를 소재로 한 '사물흉내'를 보자. 우선 간단한 설명을 한다.

"좌변기에 휴지를 넣고 물을 내리면 이렇습니다.

슈우욱, 슈우욱". 이때까지는 '저것도 개그라고'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가는 휴지를 흉내내기 위한 표정과 온몸을 비틀어대는 모습을 보면 웃음보가 살아난다.

그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을 것 같은 나무.돌.병뚜껑을 비롯해 방패연.스프링클러.미역까지 갖가지 사물을 소재로 삼는다.

상주대학교 섬유공학과 출신인 서남용은 '밑바닥 출신' 개그맨이다.

방송이나 연기를 전공한 '정통파'도 아니고 '공채' 출신도 아니다.

배달원과 청소원으로 일하며 개그콘테스트에 몇차례 낙방한뒤 위성채널 개그 코너에 출연한 것이 개그 인생의 시작이다.

여기에서 사물 흉내 개그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폭소클럽'에 진출하게 됐다.

지난달에야 공채에 응모, 18기 KBS 개그맨이 된 그는 아직 옥탑방에서 지내며 양복 한벌로 살아가고 있다.

코미디 하우스의 김수미(22)는 '팝소리'란 그녀만의 음악 장르로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아이∼ 자스트 코올드∼ 투세이 아이 러∼허 브유, 얼쑤"얼핏 들으면 판소리인가 싶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팝송이다.

김수미는 제시카의 '굿바이', 캐리 앤 론의 'I.O.U', 영화 '사랑과 영혼'의 주제곡인 '언체인드 멜로디'까지 '꺾어'내는 재주를 발휘한다.

팝소리의 또다른 재미는 관객들과의 호흡. 관객들의 박수로 박자를 맞추다 보니 자연 NG가 이어진다.

그러나 완곡을 해야 코너가 끝나는 탓에 관객이 주는 실수가 또다른 재미를 유발한다.

지난해 공채 13기로 MBC에 입사한 김수미는 순수 독학파지만 시청자들로부터 '소리꾼' 출신으로 오해받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나다.

처음에는 '국악을 망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이제 '팝소리' 때문에 '판소리'에 관심을 갖는 청소년들이 늘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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