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이팝나무가 잎사귀 위에

하얀 쌀밥 파실파실 날아갈 듯

깔아 놓았다.

앞산 순환 도로로

사이드 미러에 연신 비치며 따라가서

한 숟가락 떠먹는다.

사람들의 입에서

또 한 무더기 피어나며

창 밖으로 튀어나온다.

순결한 흰밥은 하늘에 있고

둥둥 떠가는 구름을 타고 제사밥처럼

소복소복 담겨 부풀어오르는 것이 어미들 가슴 속에

기어코 이팝나무꽃을 불질러 놓았다.

박정남 '이팝나무 길을 가다'중

특이한 오감의 소유자다.

모든 소재들이 그의 살갗에 닿고 문질러지기만 하면 생의 축복같은 빛깔을 띠며 신선하게 살아난다.

이팝나무 꽃들이 감성의 쌀밥이 되어 날아오기도 하고 또 보고 있는 사람들의 입에 절로 피는 꽃이 되어 튀어나오기도 한다.

마침내 그것은 하늘의 구름이 되기도 하고 어머니 가슴에 불 질러 놓은 축제가 되기도 한다.

권기호〈시인·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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