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경제가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고 있다.
장기간 경기 침체로 각종 경제지표들이 IMF 사태 후 위기상황이던 2, 3년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더욱이 체감경기는 수치로 나타난 지표보다 훨씬 나쁘다.
일부에서는 경기침체와 물가하락이 겹치는 디플레이션(Deflation)마저 우려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올 경제성장률이 3%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도 22일 1분기 경제성장률이 3.7%에 그쳤다고 발표, 당초 올 성장률 5% 목표에 크게 못 미쳤다.
대구·경북 역시 사정이 마찬가지여서 대구경북개발연구원 이상인 연구원은 "올 지역 경제성장률은 3%대에 머물 것"이라며 "기업, 가계 등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체감 성장률은 이보다 훨씬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제지표 2년전 수준으로 추락=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4월 중 지역 어음부도율은 0.59%로 2001년 7월 0.62%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특히 대구지역 어음부도율은 0.75%로 2000년 12월(0.89%) 이후 29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으며, 작년 평균치(0.39%)의 두 배에 육박했다.
지역 기업들의 자금사정도 매우 나빠 4월 자금사정 BSI(경기실사지수)가 81로 기준치(100)를 크게 밑돌았다.
제조업(81) 비제조업(80) 모두 같은 상황이었다.
기업 체감경기도 2년새 최악의 상황. 3월 제조업 업황BSI가 69로 2001년 3분기(62) 이후 가장 낮았으며, 비제조업 업황BSI는 58로 2001년 1분기(47) 이후 가장 저조했다.
4월에도 제조업 74, 비제조업 63에 그쳤다.
▲소비자 체감경기는 더욱 싸늘=1분기 대구·경북지역 소비자동향조사 결과 현재의 생활형편 및 향후 경기상황을 좋지 않게 보는 소비자들이 매우 많았다.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의 생활형편CSI(소비자태도지수)가 77로 기준치(100)는 물론 전국 평균치(82)보다 크게 낮았다.
특히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 경기판단CSI는 67(전국 평균 87)을 기록, 지역 소비자들은 경기상황이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 향후 6개월 동안의 경기전망CSI(74) 생활형편전망CSI(76) 가계수입전망CSI(86) 모두 기준치를 크게 밑돌았다.
여기에 금융기관 빚을 못갚는 연체자도 급증, 지난 4월 말 현재 개인 신용불량자가 308만6천명으로 사상 최다기록을 경신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개인파산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난 4월 말까지 대구지법에 접수된 개인파산 신청은 52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8건에 비해 6배 이상 증가했다.
경기불황이 장기화된 데다 저금리 탓에 시중자금은 금융회사를 통해 기업으로 흘러들지 않고 부동(浮動)자금으로 떠돌거나 아파트 투기자금화해 경제회복의 '동력원'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금융회사 단기자금(만기 6개월 미만, 증권사 고객예탁금 포함)은 모두 387조원으로 작년 말(378조원)보다 크게 늘었다.
▲공장 가동률도 밑바닥=소비 및 설비 투자 부진과 사스(SARS) 발병으로 해외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지역 중소기업의 경기전망과 가동률이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역 187개 업체를 대상으로 올해 5월 중소기업 경기 전망을 조사한 결과 전반적인 중소제조업 경기수준을 나타내는 건강도지수(SHBI)가 기준치인 100에 크게 못 미치는 87.4로 나타나 지난달(94.4)보다 대폭 하락했다.
지역 중소업체들의 3월 평균가동률 또한 국내외 경기부진에 따른 생산활동 위축으로 2월보다 0.5%포인트 감소,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역 기업들의 돈줄도 갈수록 막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대구 187개 업체를 비롯 전국 1천500곳을 대상으로 올해 1분기 판매대금 결제 현황을 조사한 결과, 현금결제 비중은 작년 4분기보다 0.7%포인트 하락한 57.9%로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진병용 대구은행 금융경제연구소장은 "대구지역 산업은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 편인데, 최근 들어 대구지역 대종 산업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기업 부도율이 늘어나고 있어, 지역경기가 다시금 침체국면으로 돌아섰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디플레' 우려=3%대의 저성장에다 소비재 물가 하락, 부도 급증 등을 들어 디플레이션 초기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하는 경제전문가들도 있다.
특히 기업이 각종 물건을 팔 때 책정하는 가격인 소비재 물가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 경우 생산성이 없는 기업들의 수익악화를 유발하게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의 소비재 물가는 전달에 비해 1.9% 하락, 지난 1999년 6월(1.9%)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경제전문가들은 "공산품 가격 하락이 기업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임금·자산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대출이 부실화돼 금융시스템이 약화될 수 있다"며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자산을 매각하고 임금을 동결하는 시점이 디플레이션이 본격화되는 분수령으로 판단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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