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대통령, 5·18행사 추진위 간부 면담 "대통령 못해 먹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21일 "이러다 대통령직을 못해먹겠다는 생각이, 위기감이 든다"며 국정운영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으로서 신중치 못한 발언이라며 비판하고 나섰고 노 대통령의 진의와 관계없이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감의 상실로도 비쳐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불안해 하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방미 이후 집중적으로 노정되고 있는 국정운영의 혼선에 대한 노 대통령의 절박한 심정을 잘 표현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출범한 지 100일이 채 되지 않은 참여정부의 국정운영방식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노 대통령이 스스로 밝히고 나섰다는 점에서 향후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가 주목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5·18묘역에서의 한총련 시위사태와 관련, 사과하기 위해 청와대를 찾아온 5·18행사 추진위 간부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요 근래 제가 부닥치는 문제가 너무 어렵다.

이 문제 말고도 한 두가지가 아니다.

국가기능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면서 "전부 힘으로 하려고 하니 대통령이 다 양보할 수도 없고…"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화물연대파업사태에 대한 느슨한 대응에서부터 대미저자세외교 논란, 5·18묘역에서의 한총련시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과 관련한 전교조의 강경투쟁 등에 이르기까지 최근 부닥치고 있는 여러 현안들을 접하면서 갖게 된 상황인식의 표현이다.

그는 전교조사태와 관련, "자기 주장을 갖고 국가기능을 거부해버리면 국가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이 상황으로 가면 대통령을 제대로 못하겠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거듭 어려움을 밝혔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자신의 지지세력들에게 도와줄 것을 요청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실 노 대통령의 방미성과를 일축하면서 '대미저자세외교'라고 비난하면서 노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선 것은 지지세력들이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지지기반이 이반하는 상황이 중첩되면서 국정운영의 혼선이 계속 노출되자 직설적인 표현으로 자제를 요청한 것이라는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개혁세력 내부의 불협화음과 갈등으로 참여정부의 국정운영이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불러넣을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유인태 정무수석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약자에 대한 애정을 가져왔던 노 대통령이 그간의 지지자들에 의해 이런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야속함과 서운함을 느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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