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확산되는 중기위기

경쟁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오던 시중은행들이 최근들어 대출을 자제하고 나서 중소.벤처기업들이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올해 중소기업 대출증가율 목표를 15%에서 5%대로 대폭 하향조정하면서 중소기업 부문 대출을 자제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4월말 잔액 39조원)은 작년말보다 5.6% 늘었으며, 연체율은 지난해 말 3.45%, 3월말 3.74%, 4월말 4.2%, 5월말 4.4%로 증가하고 있다.

기업은행을 비롯한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경기가 악화되고 있는데다 다른 은행들이 부실 중소기업을 밀어내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대출을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대출증가율 목표 15%를 하향조정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의 이같은 대출자제 움직임에 따라 중소.벤처기업들의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면서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구 북구 3공단에서 제조업을 경영하는 김모씨는 "최근 주거래 은행인 지역은행으로부터 지난 해 실적이 나쁘다며 기존 대출금 15억원에 대한 금리를 1.1%P 올리겠다는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고 분개했다.

김씨는 "앞장서 대출해 줄 때는 언제고, 한창 어렵게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때 오히려 대출금리를 올림으로써 지역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게 지역은행이 할 일이냐"고 반문했다.

유통회사 박모 대표도 "대출을 받기 위해 ㄱ시중은행을 들렀더니 유통업체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신용보증서와 대출금의 3배가 넘는 담보를 요구했다"며 "금융권의 요즘 행태는 기업을 하지 마라는 소리와 같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대출자제와 대출금리 인상에 따라 자금줄이 막힌 중소.벤처기업들은 정부의 정책자금에 몰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보증서'와 '담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많은 기업들에 의해 '그림의 떡'으로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하강이 장기화되면서 중소.벤처기업 대출부실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며 "연체율이 치솟자 은행들이 부실 중소.벤처기업들을 일제히 밀어내고 있어 영세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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