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곳곳서 농경지 침수·교통 두절

경북 중·남부 100m넘는 비...복구제방 유실도

태풍 린파와 기압골의 영향으로 경북 중남부에 100mm가 넘는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도로.제방이 유실되고 농작물이 침수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지난해 태풍 루사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김천에선 수해복구 공사가 늦춰지면서 주민들 사이에 "하늘이 원망스럽다"는 한숨이 쏟아지고 있다.

31일 새벽 5시까지 지역에 내린 비는 경산이 118.1mm로 가장 많았고, 영천 110.3mm, 고령 109.4mm, 성주 104.5mm, 포항 100.3mm 등이었다.

지난해 최악의 태풍피해를 냈던 김천 지례면 등 5개 면지역에는 최고 120mm의 비가 쏟아져 일대 하천 수위가 1m 이상 높아졌으며, 이로 인해 복구현장의 제방이 유실되고, 지례면 일대 농경지 3ha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임시다리가 끊겨 고립됐던 구성면 금평리 이정용(51)씨는 "30일 오전 마을 80여가구의 학생 10여명이 등교를 못하는 등 주민들이 꼼짝없이 갇혀지냈다"고 말했고, 구성면 광명리 이모(68)씨는 "모내기를 마친 논 6천평이 물에 잠겨 올 농사를 망쳐버리고 말았다"며 "잦은 비를 내리는 하늘도 원망스럽지만 배수관 설치 등 민원을 제때 해결해주지 않은 시공업체도 문제"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감천 복구현장의 시공업체 관계자는 "제방 일부가 유실돼 일주일 가량 정상 공사가 힘들다"며 "한번 비가 오면 3~5일 정도 공사진척에 차질을 빚는데 3월부터 이틀에 한번 꼴로 비가 내리니 공사도 못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가장 많은 비가 내린 영천지역도 피해가 컸다. 청통면 원촌리 잠수교 교각이 침하돼 붕괴위험을 안고 있고, 북안면 송포리 농경지 일부가 침수됐으며, 영천시내 금호강 잠수교도 물에 잠겨 17시간 가량 통행이 중단됐다.

고령에선 수박.메론.참외.감자 등이 침수해를 입었다. 낙동강변 다산면 5.2㏊를 비롯해 성산면 3.8㏊, 우곡면 3.8㏊, 개진면 4.5 ㏊등 17.3㏊가 침수됐다. 고령군과 읍.면 직원들이 배수장과 양수기를 동원해 물을 퍼내며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낙동강 수위가 높아져 침수피해는 오히려 늘어나는 형편이다.

경주에선 불국동 등지에 137mm의 비가 내리며 형산강이 갑자기 불어 강변 무너미터에 주차된 차량을 긴급 견인하는 소동을 빚었다. 일부 저지대의 논.밭이 물에 잠겼으며, 황성동 강변로 등지의 통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또 포항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돼 이틀째 이용객들의 발이 묶였으며, 동해상 폭풍주의보로 포항~울릉도 여객선의 운항도 중단됐다.

한편 경주지역에는 곳곳에서 물난리가 일어났는데도 공무원들의 비상근무는 커녕 피해상황을 보고한 읍.면.동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주시 건설과 관계자는 "도청이 수해예방을 위한 비상근무를 명령했지만 모두 집으로 전화를 돌려놓고 퇴근해 과거처럼 숙직을 하는 공무원은 없었다"면서 "이번 비로 피해보고를 해 온 지역은 단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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