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 여파로 오히려 활기를 되찾은 재래시장이 있다.
김치의 소비량이 늘면서 배추, 무, 마늘, 고춧가루 등 재료를 중도매로 판매하는 팔달시장의 경우 올 3월 이후 고객들의 발길이 부쩍 증가했다.
사람들이 한잠에 빠져 있을 새벽 2, 3시에 시장으로 출근, 새벽을 여는 팔달시장 상인들은 일찍 일어난 만큼 아직도 재래시장을 잊지 않고 찾아주는 고객들에게 더 싱싱한 푸성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자부심에 가득 차 있다.
김치재료 중간도매상들의 활기 넘치는 팔달시장 판매현장을 들여다본다.
▨마늘 도매점 '협동농산' 운영 김석봉씨="미국, 일본, 유럽 등서도 마늘을 가공해서 많이 먹고 있지만 생마늘을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입니다". 요즘 하루 판매량이 100접(1접=100개)정도라고 말하는 김씨는 사스 발생 이후 마늘소비가 40%정도 늘었는데 김치공장에서 많이 구입하는 편이라고 한다.
특히 장아찌용은 지난해보다 수요가 50%나 증가했지만 본격 수확철이라 시세는 비슷하다고 한다.
지역의 의성6쪽마늘은 20일쯤돼야 출하되지만 창녕산이나 제주산이 많이 나와 1다발에 5천원, 1접에 1만2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중도매로 판매하기 때문에 시중가보다 20, 30% 싼 편이며 소매로 조금식 팔기도 한다.
깐마늘 1봉지(1kg)가 3천500원선 인데 시장내의 소매상들의 발걸음도 잦은 편이다.
보통 새벽 3시 반경에 가게문을 여는 김씨는 구미, 창녕, 경주, 군위, 천평, 반야월 등지의 고객들이 몰리는 새벽 5시에서 오전 6시30분까지가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쁜 시간이라고 한다.
오전 9시까지 식당주인 등 일부 고객들의 발길이 계속돼 아침식사는 10시 이후에나 가능하다.
오후엔 다음날 팔 물량확보로 7시까지 작업을 계속하는 김씨는 하루 평균 15시간 시장에서 일하지만 마늘판매가 계속 늘어 소비자·농민·상인 모두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기를 바라고 있다.
▨배추·무 도매점 '의성상회' 운영 이정오씨="냉장시설에 보관하지 않기 때문에 재래시장 채소가 더 신선하고 맛도 좋습니다". 4월부터 배추·무의 판매량이 20~30% 늘었다고 말하는 이씨는 평소 새벽 3시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지만 요즘에는 가게 한쪽에 마련된 방에서 24시간 지내는 날이 많다고 한다.
저녁 늦게 산지서 물건이 들어오는 경우에 대비해 아예 가게에서 잠을 청하게 된다고 한다.
남들보다 부지런해야 점점 더 어려워지는 재래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해 일요일도 장사를 하고 있다.
요즘 의성, 영양, 홍천 등 전국에서 채소가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쉴 틈이 없다는 이씨는 올 3, 4월 들어 불황이 심화되면서 재래시장 고객이 오히려 10%정도 늘어나 새벽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고 말한다.
대구뿐 아니라 구미, 경산, 영천 등 인근지역 단골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배추 상품의 경우 1포기에 1천~1천500원, 무는 1포기에 300~500원으로 일반시중보다 20~30% 싼 중도매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하루 1t 트럭 5대분 정도 판다고 하는 이씨는 "이젠 재래시장도 살아남기 위해선 손님들에게 말 한마디라도 친절하게 대하는 상인들이 서비스 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민병곤기자 min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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