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0일을 지낸 노무현 정부의 국정운영능력에 대한 국민의 시각이 점차 회의적으로 바뀌고 있다.
원래부터 별다른 기대를 않았던 사람들도 적지 않았겠지만 참여와 복지, 지방분권과 국민통합, 그리고 동북아중심국가 건설이라는 거창한 꿈을 미처 펴보이기도 전에 국민적 실망과 지지도 하락의 결과가 초래된 원인은 비교적 자명한 듯이 보인다.
화물연대의 집단행동으로 시발된 물류대란과 몇몇 노사분규의 수습과정 및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시행을 둘러싼 교육인적자원부의 갈팡질팡하는 대응책을 보면서, 정부의 지도력과 신뢰성에 자연발생적인 의문이 제기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만성적 경기침체의 조짐과 인사정책에 있어서의 몇 가지 시행착오도 지지도 하락의 중요한 사유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정 운영은 일부 국민이 그냥 실망하고 냉소적이 되어버리기에는 너무나 중대한 나라전체의 영속적인 일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국민들의 체감과 여론을 바탕으로 국정운영의 어떤 부분이 우리의 걱정을 자아내고 있으며, 그것은 어떤 방향으로 조정되지 않으면 안될 것인가에 관하여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현상은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 및 청와대 보좌진과 행정 각부의 장 사이의 정책조율이 그다지 원활하지 않게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류대란과 교육행정정보시스템 파동의 수습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바와 같이 해당부처의 실무적 시행방안이 청와대 비서관도 참여한 정치적 해결과정에서 집단행동의 예방쪽으로 초점이 맞추어진 타협책으로 결말되고 만다면, 결국 악역을 맡은 해당부처는 이후 산하 이해집단에 대한 정책집행의 영이 서지 않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행정부처 고유의 업무는 장관에게 맡기되 범부처적인 것은 관계부처장관회의 등을 통하여 조정하는 방식으로 이를 시스템화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가 있지만, 지금의 모습은 장관들의 아마추어리즘까지 작용하여 그러한 수평적 협의나 조정도 전혀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담뱃값 1천원 인상을 둘러싼 보건복지부장관의 발의를 둘러싸고 국무위원간의 열띤 토론이 있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이런 문제라면 미리 관계 부처 실국장 또는 차관선의 실무협의에서 충분한 논의가 된 후 국무회의에서는 가부에 대한 심의만 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국무회의가 그렇게 한가하단 말인가?
일부이기는 하지만 행정부처의 장이 여론을 의식하여 너무나 장(場)의 논리에 휘말리는 모습도 다수 국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노동계나 시민단체 앞에서는 그쪽 입맛에 맞는 논리를, 기업이나 관료들 앞에서는 또 실무적인 원론만을 펴는 장관들이라면 그런 가운데 어떻게 국민적 신뢰와 정책의 일관성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시행착오는 지나간 100일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우리는 믿는다.
이제부터라도 국정운영의 축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헌법이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이상 국정운영의 총괄적 조정과 책임은 바로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과거의 인연 때문에 주위사람들에게 모질게 못했다는 식의 감성적 고백도 이해는 가나 자칫 국정의 최고책임자를 유약하게 보이게 할 수 있는 발언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각료와 보좌진의 개혁성은 양보할 수 없는 요청이기는 하겠지만, 행정의 전문성 또한 필요불가결한 요소임이 지나간 100일의 경험에서 상당부분 증명되었다고 우리는 믿는다.
많은 사람들은 내각을 총괄하는 국무총리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경제문제, 노사문제, 교육문제 등을 생각하면 지금은 '마음편한 사람'보다 '일 잘하는 사람'이 더 필요한 시기이다.
만고불변의 국정지표라고 할 수 있는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하여는 문화와 코드보다는 전문성과 리더십이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중요시되어야 할 것이다.
감성적 통치의 피해자는 자칫 국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대 총장·산학기술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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