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총성없는 전쟁터 구미공단

섬유.전자 등 국내 최대 간판 기업들이 입주한 구미공단이 최근 동종업계끼리 서로간 '판매시장 선점과 장악'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공장증설 다툼, 제품의 기술과 크기 싸움 등 라이벌전(戰)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서도 화섬업계의 전통적인 맞수로 불리는 효성과 코오롱이 스판덱스, 나일론 필름, 디스플레이 소재 유기EL, 타이어 코드, 수입차 시장 진출 등 사업을 놓고 사사건건 한치의 양보도 없는 자존심 대결을 벌이고 있다.

또 전자의 경우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시장을 놓고 지난달 LG가 구미공장에 차세대 사업인 6세대 라인을 건설키로 하고 선수를 치고 나오자 삼성은 불과 한달만인 최근 7세대 생산계획을 발표하는 등 맞불을 지펴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효성 VS 코오롱

화섬업계 50년 맞수인 효성과 코오롱은 최근 나일론 필름을 생산하는 고합의 당진공장을 서로 인수하기 위해 8개월이 넘도록 지리한 소모전을 펼친 끝에 일단 코오롱이 309억원에 매입, 효성을 누르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나 코오롱은 효성과의 고합 나일론 필름공장 인수전에서 이기는 듯 했으나 이로인해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등 '독과점 조항'에 걸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다시 2개월내에 제3자 매각하라는 시정명령을 받았다.

코오롱은 올해 1월 이의신청을 통해 매각시한을 4월30일까지 연장하고 하니웰 코리아에 320억원을 받고 매각키로 했으나 아직 소유권을 넘기지 못해 지난 26일 공정위로부터 매각이 끝날 때까지 매일 618만원의 이행강제금 명령을 받은 상태다.

결국 효성은 코오롱과의 나일론 필름 생산설비인 고합 당진공장을 놓고 벌인 한판승부에서 패하자 독자적인 생산설비 구축 방침으로 급선회, 구미공장(400억원)과 중국 저장(浙江)성에 각각 연간 7천t 규모의 나일론 필름 생산라인을 증설키로 했다.

또 현재 스판덱스 시장에서도 효성과 코오롱이 밀고당기는 힘겨루기에 들어가 두 회사는 물론 화섬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스판덱스 부문 1위 기업인 효성은 글로벌 전략을 내세워 국내는 물론 유럽과 미국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오는 8월 중국 저장성 자싱시에 연간 1만4천t 규모의 스판덱스 생산공장 증설을 완료하는 등 시장장악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질세라 코오롱 역시 스판덱스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하고 지난달부터 구미공장에 연간 7천200t 규모의 생산라인 신설 작업에 나서 연말까지 완료하고 내년 초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설비가 완공되면 코오롱의 스판덱스 생산능력은 기존 경산공장(연산 3천t)과 합쳐 연 1만t 규모로 늘어나게 되는데 회사측은 향후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추가증설도 고려하고 있다.

▨삼성전자 VS LG필립스LCD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TFT-LCD 부문의 세계시장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면서 향후 주도권 확보를 위해 세대(규격) 다툼에 진검 승부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9일 LG필립스LCD 구본준 사장은 도쿄에서 개막된 디스플레이 전문전시회에서 "향후 TFT-LCD 업계 선두를 지속적으로 지켜 나가기 위한 차세대 생산라인으로 1500mm×1850mm 크기의 6세대 라인을 구미공장에 건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약 15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투입되는 6세대 라인은 30인치급 초대형 LCD를 8개까지 생산해 낼 수 있는 유리기판을 매월 6만장이상 투입하게 되며 현재 기본적인 업무가 개시돼 2005년 1분기부터 단계적 양산에 나설 예정이다.

LG필립스LCD 구미공장에서는 지난해 5월 5세대 제1라인 1000mm×1200mm에 이어 지난 3월부터 5세대 제2라인 1100mm×1200mm TFT-LCD 모듈의 본격 양산에 나서고 있다.

이에 맞선 삼성전자는 26일 TFT-LCD 규격을 LG의 6세대를 건너뛴 7세대로 확정하면서 세대(크기)경쟁에 불을 당겼다.

삼성전자는 LG의 6세대(1500mm×1850mm)보다 규격이 큰 7세대(1870mm×2200mm)를 충남 아산 50만평의 LCD단지에 이르면 올 연말부터 투자를 시작해 LG의 6세대와 같은 2005년초에 본격 가동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7세대 라인은 32인치급과 40인치급 생산에 모두 효율적인데다 6세대라인 투자에 나서는 LG 등 경쟁업체들에 비해 한 세대 앞서가는 효과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앞으로 삼성전자가 6세대 규격을 거치지 않고 바로 7세대로 직행한다는 결정이 향후 파주 지역에 10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준비중인 LG필립스LCD측과 동종업체에 세대(규격)결정, 투자일정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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