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케이블TV 채널 '늘렸다,줄였다' 혼란

케이블TV 지역 중계업체(SO)들이 자체 사정에 따라 무시로 채널 수를 줄이거나 늘려 가입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가입자 확보 등을 위해 경쟁할 때는 공급 채널 수를 대폭 늘렸다가 어느날 갑자기 일방적으로 축소, 시청자들을 당황케 한다는 것.

야구를 좋아한다는 정모(53.대구 대명2동)씨는 지난 2일 오전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려고 스포츠 채널을 찾았지만 볼 수 없었다며 "확인 결과 전날까지만 해도 잘 나오던 스포츠 채널 3개가 이날 한꺼번에 사라졌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정씨는 해당 업체에 항의했으나 방송위원회 규정을 들먹이며 어쩔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 왔다면서 "채널을 일방적으로 축소하면 시청자가 혼란스럽지 않으냐" "돈 되는 홈쇼핑 채널은 안줄이는 것도 속보이는 일"이라고 했다.

김모(45.대구 봉덕동)씨는 40여개이던 채널 수가 지난 2월 들어 60여개로 늘더니 3일부터 갑자기 대폭 줄었다며 "채널 수 조정을 업체 마음대로 하는 것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짓"이라고 분개해 했다.

대구 한 구의 경우 직원 전직 문제로 지난 2월 경쟁 중계업체간에 감정싸움이 발생한 뒤 경쟁적인 채널 수 늘리기는 물론 월 4천원의 기본형 가입자에 대한 일년간 시청료 및 설치비 면제 등 경쟁을 벌였으나 지난달 초 채널 수를 대폭 축소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 업체는 지난 2일부터 60여개 채널 중 18개를 줄였고, 다른 업체는 3일부터 55개 가량이던 채널 수를 40여개로 줄였다. 이때문에 매일신문사 등에는 시청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방송위원회 약관상 시청료가 월 4천원인 기본형에 대해서는 채널을 20개 이상 공급하도록 돼 있을 뿐 상한 규정이 없어 채널 수를 늘렸지만 최근엔 왜곡된 시장구조를 바로 잡기 위해 줄이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일은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며, 그때문에 항의도 적잖다고 전했다. 대구의 다른 한 구에서는 2001년 4월 두 경쟁업체가 설치비 및 일년 시청료 면제 등을 내걸고 경쟁을 벌인 바 있으며 또다른 구에서는 작년 초 경쟁업체가 송출 채널을 52개로 늘리자 경쟁 업체가 전송망을 업그레이드해 같은 수의 채널을 내보내고 있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가입자 확보를 위한 경쟁업체간 출혈경쟁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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