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극처럼 펼쳐지는 중국역사속 비화들

역사는 드라마틱하다.

특정한 시대의 한 사건만을 떼놓고 본다면 그 어떠한 드라마도 따라오지 못할 우연과 필연이 겹치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시공사가 시리즈물로 내놓은 '나는 이제 오랑캐의 옷을 입었소'(도미야 이타루 지음), '비단버선은 흙먼지 속에 뒹굴고'(후지요시 마스미 지음), '하늘 천 위에는 무엇이 있는가'(기누가와 쓰요시 지음) 등은 중국 역사속에서 찾아낸 몇몇 사실들을 다루고 있다.

검증된 사료위에 약간의 작가 상상력을 가미한 이들 책들은 개략적인 내용에서는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내용들이지만 순간순간의 긴박감들로 인해 재미를 준다.

'나는 이제…'는 이릉과 소무의 이야기다.

대역사가 사마천으로 하여금 궁형이라는 치욕적인 형벌을 받게 한 동기가 됐던 이릉은 한 무제때 흉노를 치러갔다가 투항한 장수이다.

5천의 군사로 흉노 선우가 이끄는 10만대군과 당당히 싸웠으나 끝내 포로가 됐던 그는 이후 평생을 흉노인으로 살았다.

반면 소무는 흉노에 사절단으로 파견됐다가 억류돼 19년을 잡혀 있었으나 충절을 보였다가 한으로 송환돼 영웅으로 받들려졌던 인물로 이릉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들은 소무가 유배됐던 바이칼호 근처에서 서로 다른 입장에서 만나게 된다.

충절을 고집하는 소무와 그를 설득시키려는 이릉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비단 버선은…'은 중국사의 또 다른 재밋거리 중 하나인 안녹산과 양귀비의 이야기다.

당의 절정기 끄트머리를 장식하는 현종때 등장하는 이들 2인중 한 사람은 반란으로, 또 한사람은 황제의 영명함을 가로막아 개인과 국가를 모두 파멸시킨 원인을 제공했다.

역사서이긴 하지만 두 사람의 인물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역사속에서 살아있는 드라마를 만날 수 있다.

전작들과는 달리 '하늘 천 위에는…'은 주자학의 선구자 주희의 전기와 같다.

이(理)와 기(氣)로 세상을 해석하려고 했던 학문의 이야기인 만큼 딱딱하기가 쉽지만 이 책은 그의 철학체계보다는 학문에 성실하고, 현실에 분노했던 인간 주희의 모습을 담았다.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인 정치가로서의 주희를 만날 수 있고 학문과 정치, 이상과 현실속에서 고뇌하는 위대한 사상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보게 한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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