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래시장 흥정 정겨워

서양문물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오랫동안 우리 주변에 있던 익숙한 것들이 점차 사라지는 일이 많다.

알게 모르게 우리의 생활 자체가 크게 바뀌면서 시장에서도 예전에 흔히 볼 수 있었던 정겨운 광경들이 지금은 흔적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면 씁쓸하다.

시장에서 물건값을 놓고 흥정하는 일은 이제 좀체로 보기가 어렵다.

콩나물 한 봉지를 사면서도 더 넣어달라고 흥정하던 모습 대신 정가가 찍힌 포장 콩나물을 장바구니에 무심하게 담는 모습이 일상적인 것이 된 것이다.

그래서 도시 소비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백화점이나 대형슈퍼마켓은 아주 조용하다.

물건값을 깎자고 떼쓰는 손님, 원하는 가격을 얻어내지 못해 돌아서는 손님을 붙드는 가게주인이 없다.

정찰제는 사실 여러 가지로 편리한 것이 많다.

물건을 구입하기 전 경쟁상품과 가격을 확인한 후 마음을 정할 수 있으니 여간 합리적인 게 아니다.

그러나 서로 대화를 통해 흥정을 하는 예전 시장의 모습이 훨씬 훈훈했던 것 같다.

서양사람도 에누리제가 정찰제보다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다는 것을 안다.

통신 판매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미국의 유명 백화점들은 같은 물건이라도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가격이 매겨진 카탈로그를 배포한다.

콩나물 한 봉지 값에도 아이들 교육비 걱정이 앞서는 서민들에게는 에누리제가 그립다.

최지윤(대구시 갈산동)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