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한-칠레 FTA가 政治 '볼모'인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 지연되면서 우리는 지금 그 대가를 국제적으로 톡톡히 치르고 있다.

엄정한 경제논리에 따라 추진돼야할 자유무역협정이 총선을 노린 정치권의 '볼모'로 잡혀있는 동안 어렵사리 다져놓았던 우리의 해외시장은 급격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참여 정부의 '방향 감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에 전념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온데 간데 없고 눈치만 보는 대중(大衆) 정치의 미온적인 태도로 인해 경제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심각한 국면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한국산 자동차의 경우 지난해에는 칠레 시장점유율이 16.9%로 2위를 차지했으나 1~4월에는 13.8%로 떨어져 5위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자동차 뿐만 아니라 FTA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되는 휴대전화· 가전제품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면 아르헨티나, 브라질, 프랑스 등 주요 경쟁국의 점유율 순위는 모두 상승했다

관세를 철폐하지 않은데 대한 혹독한 대가다.

국제 시장은 이렇게 급변하고 있는데 정부와 민주당은 한-칠레 FTA 비준안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기로 했으며 국회의원 140여명도 비준 반대에 서명했다.

근시안적 이익에 눈이 먼 '우물안 개구리'식 판단이 돌이킬 수 없는 화(禍)를 자초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물론 농민들의 반대 주장을 이해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국제 시장은 한번 뺏기면 좀처럼 회복하기 힘든 속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저항이 두려워 대세를 거슬러서는 안된다.

정부는 국제 협정에는 반드시 이해 득실(得失)이 교차한다는 점을 설득시켜야한다.

한-칠레 FTA 발효가 늦어질수록 우리 수출의 시장점유율은 계속 하락할 것은 자명하다.

특히 칠레는 남미 시장의 교두보가 아닌가. 첫 단추부터 갈팡질팡이니 '무역 대국'이라는 이름이 부끄럽다.

이런 수준으로 어떻게 우리 경제의 핵폭탄 수준인 일본·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을 시작할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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