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권기홍은 이런 사람

권기홍 노동부 장관은 전형적인 학자의 풍모다.

학교나 지역사회에 깐깐하기로 소문난 사람이다.

그렇다고 백면서생은 아니다.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참여한 대구사회연구소장을 지냈으며 96년과 2000년 영남대 총장 선거에도 두 번이나 나섰다가 고배를 마신 경력도 갖고 있다.

또 지난 대선 때는 민주당 대구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불모지 대구에서 노무현 후보 당선을 위해 발벗고 나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 인연으로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사회.문화.여성분과 간사를 맡아 참여정부의 노동정책을 가다듬었고 노동부장관도 됐다.

당시 그는 노동부와 함께 보건복지부 장관 기용설이 나돌았다.

그의 전공은 노동경제학이다.

복지부와는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을까.

권 장관은 1급 중증장애를 가진 아들(30)이 있다.

부인 서정희(55)씨와 함께 장애인 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약 200명의 장애인들이 보호받고 있는 '더불어 복지재단'이라는 장애인 보호시설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서씨가 원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권 장관의 아들은 정작 이 시설에 수용할 수가 없다.

연고자나 가족이 있으면 수용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서씨는 아침마다 휠체어가 아니면 움직일 수 없는 아들과 함께 재단에 출근한다.

서씨의 일이 워낙 바쁘다보니 권 장관은 주중에는 홀아비 신세다.

노동부에서 전세로 얻어준 관사가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있지만 두 사람은 주말에 서씨가 빨래도 하고 밑반찬도 전하기 위해 서울에 올라가 겨우 만난다.

그러니 평일 아침은 부인이 가져다 놓은 찰떡과 커피로 대신한다.

동료 교수들은 그를 학자답지 않은 결단력과 리더십.추진력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소신이 너무 강해 고집불통이라는 이야기도 듣는다.

'부러졌으면 부러졌지 휘지는 않을 사람'이라는 것이다.

부인 서씨도 남편을 '참으로 어려운 사람'이라고 했다.

그러나 "인간 권기홍은 마음이 따뜻하고 생명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가진 사람"이라는 자랑도 잊지 않았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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