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황에 허덕이는 안경업계...3공단 현장르포

국내 안경관련 업체 500여개 중 400여개가 밀집해 있다는 대구. 그 중 90% 이상이 대구 3공단에 몰려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저가제품에 밀리고, 불어닥친 경기불황에 치이고 있는 것이 현재의 안경업계 사정이다.

침체된 대구 안경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울 '회심의 작전'이 될 '한국안경종합지원센터'(이하 안경센터) 건립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3공단 안경제작 현장을 찾아 그 반응을 살펴봤다.

지난 17일 오후2시. 희뿌연 구름 사이로 뜨거운 여름낮의 열기만이 전해오는 3공단 노원네거리. 사람이나 차량이나 그 행적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안경완제품을 조립해 납품한다는 ㅅ공업. 부지에 같이 입주한 주위공장에서 기계 돌아가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호출벨을 누르자 뛰어온 한 직원은 "요즘 분위기가 어떠냐"는 기자의 물음에 "안경업계 전체가 침체 상황인데 우리라고 다를 게 있냐"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내수와 함께 수출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지만 불황으로 인해 주문이 계속 줄고 있다고 했다.

◇실질적인 성과 위한 고민 필요

한참을 걸어 찾은 곳은 **광학이라는 간판이 여럿 붙어 있는 공장. ㅈ광학의 사업주는 안경센터 건립사업이 추진중이라는 말에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미 지역의 소규모 안경업체들은 고사상태"라며, 사업 자체가 과거처럼 '예산 나눠먹기'식으로 흐지부지되지 않을지 우려를 나타냈다.

영세업체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안경산업의 성격상 한 두 업체의 노력만으로는 사업추진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사업추진 과정에서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시나 정부 차원에서 관리를 확실히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이며, "이번 안경센터 건립사업을 계기로 소규모 사업장을 포함한 전체 안경업체가 실질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었으면"하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벌써 추진됐어야 할 일

안경센터 건립에 대해 업체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3공단에 최초로 들어선 안경 도매점 반도광학. 이상탁 대표이사는 안경센터 건립사업이 "꼭 필요하고 빨리 추진돼야 한다"고 몇 번씩이나 말했다.

그 자신이 사업계획을 세우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안경산업이 중국의 저가공략과 선진국의 고품질 제품 사이에 끼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을 알기 때문에 더욱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이라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이대로는 안경산업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깊이 느껴 상황반전을 위한 계기가 필요하다는 것이 이 대표의 이야기다.

"안경센터에서 양질의 부품생산과 신제품 개발에 힘써, 가격경쟁력은 물론 품질면에서도 선진국에 뒤쳐지지 않는 제품을 만드는 것만이 안경업계의 살 길"이라고 그는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양질의 부품 생산용 설비 필수

내수시장이 한계에 이르자 수출시장으로 눈을 돌렸다는 (주)아이닷컴의 김광일 대표이사는 "안경산업이 섬유산업에 비해 고용창출 효과가 큼에도 너무 푸대접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며 이번 사업추진을 계기로 "전시행정이 아닌 진정으로 지역 안경산업을 세계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기회가 돼야 한다"고 힘있게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런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양질의 부품 생산'이 전제돼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티타늄제 안경테를 실제로 비교해 보이며 "양질의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가 안경센터내에 마련돼야 할 것"을 주문했다.

◇어쨌거나 잘된 일

이번 사업이 추진되면서 업체를 대상으로 효과적인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은 흠으로 지적될 수 있다.

소규모 영세업체의 경우 사업추진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고, 어느 정도의 규모를 갖춘 업체내 담당자들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사업내용을 들은 업체관계자들은 "늦은 감이 있다", "없는 것보다 나을 거다", "센터가 건립되면 일정 부분 이상 이점이 있을 것" 등 상당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성광학 신창호 과장은 "어렴풋이 알고 있을 뿐 구체적인 사업내용은 모르고 있다"면서도 "안경센터를 통해서 안경업계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들을 주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기대를 걸었다.

한낮의 따가운 햇살이 잦아드는 초저녁. 뜨거운 태양을 피해나온 듯 3공단의 거리는 행인들과 차량으로 복잡해졌다.

최초 상정안에서 예산이 30억원 정도가 이미 삭감됐음에도 지역 안경업계에 대한 당국의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것이라는데 대해 안경업계의 반응은 대단히 환영하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그동안 중국시장과 유럽시장의 틈새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업계 자체의 개선책도 찾지 못해 오던 터에 추진되는 것이라 그 분위기는 더할 수밖에 없었다.

3공단의 진로자체가 재논의되고 있는 요즘, 안경산업 세계2위로의 도약을 꿈꾸는 초석이 될 안경센터 건립 사업은 이제 사업추진 자체를 넘어 향후 추진방안과 효과적인 운영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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