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가장 큰 병폐는 '학벌주의(學閥主義)'라고 많은 사람들은 우려한다.
그러나 여성들로 국한하면 그 사정은 크게 달라진다.
학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예쁘기만 하면 모든 것을 얻기도 하는 '미벌주의(美閥主義)'가 더욱 중요한 미덕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 우리 사회는 지나칠 정도로 외양을 중시하는 풍조다.
텔레비전에선 수많은 스타들이 명멸하지만, 드라마 속 로맨스의 여자 주인공은 한결같이 예쁜 탤런트의 몫이다.
마치 여자는 예쁘지 않으면 로맨스도 없다는 식이다.
그 사정은 아나운서나 앵커맨.기자도 마찬가지다.
◆미모가 뛰어나지 않은 여성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성형수술대에 올라가지 않는 한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일할 엄두를 내기 어렵게 됐다.
이 경향은 사회 전반에 걸쳐서도 크게 다를 바 없다.
그래서 여성들은 '일단 예뻐지고 보자'주의로 흐를 수밖에 없어진 세태이며, 지난해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한국 성인 10명 중 1명은 성형수술을 받았다고 꼬집었듯이 '성형수술 왕국'이 돼 가는 느낌마저 없지 않다.
◆지방 중소도시 단위에서 전국 규모에 이르기까지 미인 선발이 러시를 이루면서 '미인 대회' 중독 여성들이 늘고 있는 모양이다.
처음 도전했다 밀리면 성형수술을 하거나 주소지를 바꿔가며 출전하는 등 재수.삼수.사수를 불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다.
슈퍼 모델 선발대회 역시 사정은 비슷해 네 번째 도전해 입상권에 오른 사례도 있으며, 연예기획사 등에 소속된 여성에게도 문호가 열린 올해부터는 더 심할 것으로도 보인다.
◆우리나라의 미인대회는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미스 코리아'를 비롯해 적어도 1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현상은 지방자치단체들이 그 지역의 특산물이나 명물을 홍보하려는 의도로 다투어 미인대회를 만들고, 참가자들을 많이 모으기 위해 출전 요건까지 완화해 극성스러워졌다고 한다.
이 때문에 소위 '스타 등극'을 위한 여성들의 '출세 길 열기' 행렬이 심지어는 대회의 성격과 규모에 아랑곳하지 않는 경향까지 보이고 있는 모양이다.
◆여성들의 외모를 상업화에 끌어들이는 풍조와 미인으로 뽑히는 게 출세의 지름길이라는 젊은 여성들의 그릇된 인식이 맞물리고 있는 데서 빚어지는 '미인대회 중독' 현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여성들의 스타가 되기 위한 환상과 집착이 지나쳐 병폐로 이어지는 건 분명 큰 문제다.
외모 가운데 얼굴은 그 사람의 '삶의 흔적을 그대로 드러내는 거울'이라 할 수 있다.
거울을 마구 채색해 참모습을 가리는 것도, 그런 왜곡된 모습을 선호하는 것도 어리석은 일이 아닐는지…. 사람 잡는 '외모지상주의'는 자제돼야 하리라.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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