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라틴댄스클럽

춤에 대한 우리사회의 인식은 양면적인 측면을 보인다.

영화에서 남녀가 멋진 춤을 추는 것을 부러워하면서도 막상 춤을 배워보라고 권유받으면 모두 주춤한다.

괜히 다른 사람한테 엉뚱한 오해를 받는 것은 아닐까 하는 심리적 부담 때문이다.

그런 마음의 부담은 춤은 건전치 못하다고 보는 곱지 않은 시각이 존재하는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지금은 젊은층을 중심으로 자기계발과 건전한 여가활동 수단으로 춤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구라틴 댄스클럽(cafe.daum.net/salsababalu)은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생활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춤을 통해 새로운 자기를 발견하고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삶의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모임이다.

회원들은 대부분 직장을 다니는 20, 30대 젊은 남녀들로 구성돼 있지만 라틴 춤에 관심이 많은 40, 50대들도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클럽이 결성된 것은 지난 2000년 7월.회원들의 모임장소인 살사바 '바바루'(대구시 중구 삼덕동)를 운영하는 황보 민(35)씨 등이 앞장서 인터넷 카페를 이용, 동호회를 만들면서 시작 됐다.

초대회장을 맡은 황보씨는 멕시코 출신인 친구 부인에게 정통으로 살사춤을 배운 라틴춤 전문가. 초창기 100여명이던 온라인상 등록회원은 작년 600명에이어 지금은 1천300여명으로 불어 났다.

라틴클럽은 정회원과 준회원 등으로 구분돼 있다.

가입비1만원과 레슨비 1만원을 내는 정회원은 살사댄스CD가 제공되고 초급수준을 마스터할때까지 레슨지도 혜택을 받는다.

회원들은 매주 수요일 저녁 전국에서 세번째로 오픈한 살사바인 바바루에서 정기모임을 가진다.

바에서는 모두 이름 대신 서로 가명을 부른다.

50~60명이 참석하는 정기모임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공지사항을 전달 한뒤 바로 회원들간 파트너가 되어 자유롭게 살사 등 다양한 라틴춤을 추는 프리댄스 타임과 단체로 나란히 줄을 지어 추는 라인댄스로 진행된다.

주로 살사춤을 추는 회원들의 직업은 자영업, 회사원, 공무원, 대학생 등 다양하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여자회원이 남자회원에 비해 6대4 정도로 더 많다는 것이다.

홍상락(30)회장은 "남자가 리더를 해야 하는 라틴춤의 특성으로 인해 남자회원들 가운데는 부담감을 느껴 중도에 슬그머니 그만두는 경우가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여자회원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라틴춤에 빠진 회원들은 이보다 더 좋은 취미생활은 없다고 자랑한다.

라티춤을 배운지 3개월째인 이승욱(29·회사원)씨는 클럽활동을 통해 생활의 활력을 얻는 것은 물론 회사 체육대회나 회식 때 춤 솜씨로 분위기를 살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 사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대학교때 생활무용을 한학기 수강한 그는 미국에 갔을 때 일몰 무렵 마을주민들이 무대가 마련된 공원에 모여 춤을 추는 모습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며 춤이야말로 여유로움속에 건전한 자기계발을 해 나갈 수 있는 수단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씨와 같은 클럽 회원인 젊은 직장인들의 권유을 받은 상사들 중에는 직접 살사바를 찾아와 견학을 해본 뒤 부부가 함께 스포츠 댄스를 배우기 시작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먼저 가입한 친구를 따라 가입했다는 가명이 바이올렛인 여성직장인(26)은 살사 등 라틴 춤을 배우는 것이 너무 재미있단다.

3개월 동안 일주일에 2번씩 나와 레슨을 받은 탓인지 남자파트너와 한조가 돼 살사 등 다양한 라틴춤을 무리없이 추는 그는 공연단원에 끼이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10월 선배를 따라 왔다 정회원으로 가입한 허연경(28·프리랜스 웹디자인)씨는 홈페이지 관리와 초급자들 레슨을 맡고 있다.

그는 라틴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나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말끔히 날아가 버린다며 레포츠와 스포츠 대용으로 라틴춤을 배워 볼 것을 권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라틴춤은 스텝을 밟는 것에서 출발, 한 달쯤만 배우면 회원들과 어울려 무난히 즐길 수 있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게 허씨의 설명이다.

라틴클럽은 운영자인 회장, 부회장, 총무, 공연단장 등이 중심이 돼 꾸려간다.

이들은 클럽 홈페이지 및 회원관리에서부터 레슨, 외부공연, 회원관리 업무를 나눠서 하고 있다.

대구라틴 클럽은 서울, 수원, 천안, 전주, 순천 등 전국의 다른 라틴댄스 동호회와 교류도 활발하게 벌이며 라틴춤 보급과 확산에도 적극이다.

특히 살사, 메렝게, 바차타 등 라틴춤에 수준급인 회원들(18명)로 공연단을 구성해 대학축제나 어린이날 등 각종행사에 출연을 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활동중 하나다.

라틴춤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 듯 대구 N케이블에서는 대구라틴 클럽 회원들이 추는 춤을 녹화해 방영해 주고 있다.

20회에 걸쳐 방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일반인들에게 라틴춤을 소개하고 대구라틴 클럽을 알리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회원들은 또 정기모임외에 해인사, 경주 감포, 합천황매산 등 산이나 바다로 소풍이나 등산 등 야외활동을 통해 친목을 더욱 돈독히 하는 한편 생일을 맞이한 회원들에게는 조촐한 파티도 열어주고 있다.

이승욱씨는 "라틴댄스 클럽은 강한 개성을 소유한 가운데 인생의 여유를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로 모아졌다"며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벗어버리고 입은 얇은 춤복속에서 자신과 타인에게 감사하는 모습을 찾게된다"고 말했다.

정상호기자 fal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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