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가 사비를 털어 운영중인 '어린이들을 위한 주말 놀자학교'가 개교 1년째를 맞았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미술대 조소과 이점원(54) 교수.
15일 경주시 서면의 폐교 천촌분교에서 만난 이 교수는 7월20일부터 한달간 이곳에서 개최되는 '전통문화체험학교 개교 1주년 작품전시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운동장 한켠에 가족별 솟대와 장승 등을 세우는 한편 어린이와 학부모들이 어울려 방패연, 여치집, 버들피리, 움막집 등을 만들어 색칠했다.
식당에서는 이 교수의 부인 이경애(53)씨가 참가자들과 함께 먹을 점심거리 감자탕을 대형 솥에 끓이느라 분주했다.
당초 놀자학교는 이 교수의 '컴퓨터와 콘크리트 문화로 삭막해진 어린이에게 자연과 전통놀이를 통해 꿈과 희망을 심어주자'는 뜻에 따라 지난해 개교했다.
모든 비용은 사비로 충당했다.
시교육청에서 연 임대료 200만원을 주고 천촌분교를 빌린 후 2천여만원을 들여 5년간 방치된 교실 3칸과 운동장 1천200여평을 새롭게 꾸몄다.
이 교수는 1년6개월동안 주말마다 학교를 찾아 교사를 보수하고 운동장에 모래를 메우는 작업을 반복했다.
물론 작업 대부분은 돈을 아끼기 위해 이 교수 부부가 직접 했다.
이렇게 개교한 주말학교는 자율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교수가 지정한 하루 1가지 과제를 끝낸 어린이와 학부모는 오후 5시까지 텃밭 가꾸기와 연날리기 등 다양한 놀이를 자유롭게 즐기는 것.
처음에는 참가비를 받지 않았으나 전기세와 보수비 등이 월급쟁이인 이 교수에게 큰 부담이어서 요즘은 어린이 한명당 재료비로 1만원씩을 받고 있다.
이렇게 지난 1년간 놀자학교를 체험한 어린이와 학부모 수는 대략 3천여명에 이른다.
부인 이씨는 "개교 준비 기간을 합친 지난 2년6개월 동안 놀자학교에 매달리느라 주말에 개인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면서 "학교 살림살이가 어려운 가운데 최근 시교육청이 개교 취지를 알고 학교 임대료를 절반으로 깎아준 것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찢어지게 가난했던 학창시절을 통해 인생은 베푸는 것이란 점을 깨달았다"면서 "내일의 주인인 어린이를 위해 힘이 닿는 한 학교를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진홍기자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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