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화에 일본풍 칼자국

가장 한국적이며 전통적 미를 함축하고 있다는 '한국화'가 20세기 초 일본 침략과 함께 일본 화풍의 심각한 영향을 받았으며 아직도 그 맥이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계명대 미대 이중희 교수는 정신문화연구원(원장 장을병) 개원 25주년을 맞아 26일부터 '한국의 문화변동과 문화적 정체성'을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한국근대 산수화와 인물화의 성립'이란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1922년부터 시작된 조선미전에 출품된 산수화와 인물화를 통해 한국화가 어떤식으로 일본화의 영향을 받는지를 설명한다.

그는 "전통 산수화는 산수와 관념의 이미지를 강조한 심산유곡을 주 소재로 삼지만 일본 지배를 거치면서 풍경과 현실을 중시하는 쪽으로 변화하게 된다"며 "이는 화풍이 도가사상을 바탕으로 한 자연주의에서 세속주의로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필치에 있어서도 자유로움을 중요시하는 수묵 효과 위주의 묘법이 완전히 사라지고 구체적 대상묘사를 위한 가느다란 선묘 위주로 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교수는 "표현 내용과 필법에서는 공통적으로 수묵 필치를 고수하고 시정적 정감을 담는 등 전통적 미의식을 계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물화에 있어서는 조선화풍이 사라지고 일본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았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 그는 "인물화란 그 국민적 특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스며있는 장르이기 때문에 한국적 특성의 발현이 기대되는 장르지만 조선미전에 출품된 동양화부 인물화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일본화의 세례를 절대적으로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성립된 일본 인물화의 특성인 무표정과 장식성, 세밀묘사 등이 곧 한국 인물화의 특색으로 간주되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며 "일본적 미의식이 무방비 상태로 수용된 원인은 조선 후기 풍속인물화가 단절된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적 미의식의 수용이라는 측면이 부각은 되고 있지만 지금에 있어 일본적인 요소가 구체적으로 어떠 것인지에 대한 도출은 거의 없었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아직도 일본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의 차이를 정확히 가늠하지 못하고 혼돈된 상태에서 막연히 한국적인 것으로 오인하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재협기자 ljh2000@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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