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달아오르지 않는 U대회

얼마 전 인도네시아 발리를 다녀왔다.

별이 맑은 남극의 바다는 파라다이스 그 자체였다.

그런데도 수백 개의 호텔객실은 대부분 비어있었고 골프장은 '대통령골프'로 불릴 만큼 한가했다.

이유는 나이트클럽 폭탄테러가 결정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불과 며칠 뒤에 열린 '월드 피스 뮤직 어워드'공연 때는 달랐다.

몰려든 2천명이 넘는 백인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호주와 유럽, 아시아에 거주하는 백인들이 전 좌석을 예매하여 현지의 인도네시아사람들은 공연장 2층의 공짜좌석에서 관람해야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적인 레게뮤지션인 '맥시 프리스터'를 비롯한 13개국 최고의 뮤지션들이 공연을 한 탓이다.

세계적 밴드인 '스팅' 공연의 연출가가 연출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제작비용은? 뮤지션들이 '세계음악평화상'을 받기 위해 모였지만 상금은 없었다.

체재비와 왕복항공료가 전부였다.

그리고 이곳은 대구. 불과 두 달도 남지 않은 하계U대회지만 도대체가 달아오르지 않는다.

명색이 이념제정위원이고 성공적 개최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나서야 하는 처지이지만 진행상황을 들여보면 한심하다 못해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축제는 스포츠의 과장된 표현이며 게임이 제공하는 자유와 통제의 공간이다.

그리고 이 공간은 그 자체를 억누르는 규칙들을 약화시킴으로써 한층 더 활짝 열린다.

다시 말하면 웃음거리, 과격성(특히 신체와 신체적 기능의 과격성)과 함께 타락이 곧 축제다.

하계U대회가 그렇다.

스포츠처럼 사회의 규칙을 모방하기보다는 그 반대방향으로 나아가 하나의 전도된 세계를 건설해야한다.

'축제 외적인 삶에 대한 하나의 패러디'를 제공하는 '뒤집기'가 되어야 옳다.

유명가수들의 축하쇼나 축포를 쏘는 것으로 시민들의 동참을 기대하고, 부분연출을 전문가가 아닌 지역인재(?)들에게 맡겨 지역민을 키운다는 것은 촌스럽다.

오랜만에 대구에 주어진 천금같은 기회가 아마추어들의 연습무대가 된다면 분명 잘못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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