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국회의원과 검사의 대화

대검중수부장 출신의 현직 국회의원과 수십년 후배 여검사가 전화로 한바탕 논쟁을 벌였다.

울산시 남구 출신인 한나라당 최병국 의원과 원주지청 이영림(연수원 29기) 검사가 그 주인공. 이 검사가 모 회계사의 명의대여 사건을 수사하던 중 최 의원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통화를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인터넷 시대에는 선배나 전관예우도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세상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최 의원= "최병국 변호사인데, 예전에 검사 생활을 오래했고 국회의원도 하는 사람이다.

검사님 방에 있는 계장이 우리 의뢰인을 조사하겠다고 소환을 요구하였는데 그러려면 정식으로 범죄인지서와 소환장을 보내서 소환해야지 왜 전화로 오라가라 하느냐".

이 검사= "변호사님, 검사 생활 하셨다면서 소환방식을 모르십니까. 소환방식은 서면이나 구두로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최 의원= "글쎄 그러니까 정식으로 소환장을 보내서 하란 말이야".

이 검사= "변호사님도 그 의뢰인에 대해 선임계를 냈습니까".

최 의원= "내가 예전에 그 의뢰인 사건을 좀 했었고 지금도 얘기를 들으니 위증인가 뭔가를 조사한다고 그러니까 이러는 거지".

이 검사= "그럼 이 사건에 대해 정식으로 선임계를 내십시오".

최 의원= "야, 너 내가 누군 줄 알아? 내가 누군 줄 알고 그래, 엉?"

이 검사= "변호사님 왜 반말입니까? 언행을 삼가시지요, '야'라니 시정잡배도 검사에게 이런 식의 말은 하지않습니다.

변호사라는 사람이 사건 담당검사에게 '야'라는 말을 합니까? 당신 변호사 맞습니까?"

반말 여부에 대한 설전이 오간 뒤 최 의원은 "일을 정식으로 하라고 항의하는 것"이라고 하자 이 검사는 "이게 지금 항의하는 태도입니까? 검사에게 시비를 거는 거지요"라고 맞섰다.

통화 마지막에 최 의원은 "하여튼 소환장을 보내서 해"라고 말했고, 이 검사는 "소환장을 바란다면 해 드리지요. 그리고 그때는 변호사님도 같이 오시지요. 정식으로 선임계를 내시고 그런 다음 항의를 하시지요"라고 말했다는 것.

선배로서 후배에게 대접을 받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냐만, '선배'라면 통하던 관행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세태를 다시 한번 실감케 해 주는 대목이다.

윤종현〈사회2부〉yjh093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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