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봄바람 속에 천녀(天女)들의 빨랫줄 빨래들이 흩날고 있고

그 봄바람에 안기인 한반도는 크낙한 거문고-

장송(長松)도 바윗돌도, 풀대궁도, 바다도, 도시도, 간판들도, 인간도

저마다 실실이 화성(和聲)하는 목숨의 탕진!

온통 혼령들이 불타는 하늘의 축융(祝融)!

유치환 '봄바람에 안긴 한반도'

이미지를 스케일로 보면 거시 이미지와 미시 이미지가 있다.

호방하고 광활하다는 의미에서 청마의 것은 거시 이미지다.

한반도를 크낙한 거문고로 묘사하면서 바다와 도시 모두를 혼령들이 불타는 봄의 화음 속에 융화시키고 있다.

영남시의 한 맥이라 할 수 있는 이런 남성적 터치가 청마가 지닌 시의 매력이다.

권기호 〈시인.경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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