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로 철학하기(슬라보예 지젝 외 지음/한문화 펴냄)
종교학자와 과학자, 경제학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SF 소설가 등 17명이 영화매트릭스를 고리로 철학을 이야기한 '매트릭스로 철학하기'(슬라보예 지젝 외 지음. 이운경 옮김·한문화 펴냄)가 출간됐다.
킹스대학 철학교수인 윌리엄 어윈이 네오와 소크라테스가 겪은 운명의 유사성을 모티프로 매트릭스와 철학의 관계성을 분석한 것을 시작으로 저술가들은 제각각 데카르트, 사르트르, 칸트, 도스토예프스키, 붓다, 라캉, 마르크스 등 사상가들의 사유체계와 매트릭스와의 상관성을 짚어낸다.
마이클 브래니건(라로슈대학 철학과 교수)은 매트릭스가 불교의 거울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매트릭스는 거울이미지를 통해 '보고 만지는 세계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재현해 낸다.
매트릭스에서 보이는 세계는 거짓이며 존재하는 것은 오직 마음뿐. 만물이 공(空) 하므로 우리마음은 모든 것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매트릭스와 붓다의 사상은 그다지 멀지 않은 것이다.
제니퍼 L 맥마흔(센터대학 철학과 교수)은 매트릭스에서 빨간약-파란약(가상현실-현실)이라는 선택의 쌍이 사르트르의 '구토'에서 보여지는 실존적 선택, 본래성-비본래성의 쌍과 다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참된 본질을 알고 사는 것과 무지 속에 사는 것 사이의 실존적 선택이라는 것이다.
본래성을 회복할 때 우리는 존재의 본질을 왜곡하지 않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
마틴 A 데너헤이(텍사스대학 영문과 교수) 등은 매트릭스의 인간발전소 장면은 자본주의 체제하의 노동자들의 그들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판매하는 현실의 투사라면서 마르크스를 끌어들인다.
끝없이 늘어선 관처럼 생긴 용기 안에서 수없이 많은 벌거벗은 인간들이 무방비 상태로 갇혀 발전소에 연결된 이 발전소는 현대판 노동자들. 매트릭스의 인류는 노동자 계급이며 자본의 수호자인 것이다.
슬라보예 지젝(류블랴나 대학 철학과 교수)은 수백만의 인간들이 매트릭스에 공급할 에너지의 생산을 위해 정체 모를 액체가 가득찬 고치 안에 산채로 갇혀 있는 모습에서 새도매저키즘의 징후를 읽는다.
왜 우리는 이같은 도착적 환상에 붙들리는가.
이것은 인간이 지나치게 능동적으로 세계에 개입했다는 죄의식에서 비롯된 공상의 각본이 아닐까. 저자는 라캉과 프로이드, 레비스트로스 등을 인용하며 현대인의 기이한 징후를 해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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