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직업의 세계-플로리스트

자연이 준 아름다움에 인간의 손을 보태 독창적인 미로 승화시키는 사람들, 바로 꽃 장식가 '플로리스트'(florist)다.

꽃의 특성을 이해하고, 꽃을 이용해 실용적인 작품을 만드는 꽃 전문가들. 90년대 후반 이후 삶의 질이 높아지고 화훼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유망직종으로 떠올랐다.

"꽃집 아가씨 되는데 무슨 공부를 그렇게 많이 하느냐라는 얘기를 가끔 듣습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꽃을 가지고 나만의 세계를 표현하는 종합 예술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으니까 기분 나쁘진 않아요. 요즘은 플로리스트로 알아주는 사람도 많고요".

현재 영남대 환경보건대학원에서 화훼장식학을 전공하고 있는 장꽃님(25.여)씨. 이미 독일에서 국가 공인 플로리스트 자격증을 따고 돌아온 전문가다.

어릴 때 언니와 함께 취미로 꽃장식을 시작했지만 이렇게 꽃 전문직업인의 길을 걷게 되리라곤 스스로도 예상치 못했다.

꽃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싶어 대학에서 산림자원학을 공부했다.

그때 알게 된 것이 플로리스트. 내친 김에 독일로 건너갔다.

독일 게르센키르헴에 있는 꽃 전문학교 '플로리스트 슐레'. 오전에는 이론 교육을 받고 오후에는 직접 산에 올라 꽃을 채취하고 가공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되풀이했다.

"처음 보는 잎을 만졌다가 반점이 생기거나 소국 꽃가루 때문에 비염을 앓는 등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지만 이젠 아예 면역이 생겼다"는 장씨는 끝내 플로리스트 자격증을 따냈다.

장씨는 "늦둥이 딸이 예쁘게 자라라고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 평생을 꽃과 함께 살라고 한 선견지명이었던 것 같다"며 "공부를 계속해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나만의 작품 세계를 완성시켜 가는 것이 앞으로의 목표"라고 했다.

그는 "손재주가 없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도 꽃에 대한 관심과 흥미만 있으면 누구든 플로리스트의 길을 걸을 수 있다"며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직업"이라고 추천했다.

대학은 원예학과 계통으로 진학하면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배우는 분야는 미생물학, 조형미술, 화훼재료학 등을 기본으로 생태학과 조형학, 색체학, 형태학 등 심층 이론과 실습을 겸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전공자들은 주로 자신의 플라워 샵을 갖거나 꽃꽂이 교실의 강사로 나가며 작품 만드는 일을 계속한다.

전공과 관계 없는 직종을 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만큼 화훼산업과 관련된 수요가 많고 수입도 보장되기 때문. 장씨의 지도교수이자 꽃그린 플라워 디자인 학원 원장인 김정숙씨는"87년 플라워 샵을 연 이후 매출이 매년 20~30%이상씩 늘고 있다"며 "이제는 자신만의 색깔이 드러나는 독특한 꽃 제작을 주문하는 손님도 10% 이상"이라고 했다.

현재 라벤다 허브 아카데미 대구지부장을 맡고 있는 김명지씨, 국제기능올림픽 심사위원 정혜인 교수, 지방기능경기대회 화훼장식부 심사위원 변미순 박사 등 많은 전공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남성 플로리스트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일본에서 플로리스트 자격증을 딴 뒤 작년과 올해 대구기능경기대회 화훼장식부 금상을 수상한 이진호씨가 대표적인 경우. 미국, 독일, 일본 등 꽃 선진국에서는 유명한 플로리스트 가운데 남성들이 더 돋보인다고 한다.

영남대 원예학과 변미순 교수는 "남성은 파워와 기술을 겸비, 작품 스케일 자체가 커 여성보다 플로리스트로 대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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